일부, 트럼프 맹신하는 세력 동조
트럼프 '7400만 표' 강조하지만
바이든은 역대 최고인 8000만 표
바이든, 우려 달리 급진좌파 배제

한국 안보·경제 유불리 따져봐야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조만간 나올 것이란 기대와 함께 재닛 옐런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새 정부 재무장관에 내정됐다는 소식도 한 몫 했습니다.

경제학 박사 출신인 옐런은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통합니다. Fed 의장을 맡았던 4년 간 저금리 기조를 고수했고 글로벌 주가 상승을 견인했지요. 워싱턴 정가에선 급진 좌파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차기 재무장관으로 거론하기도 했으나 바이든은 옐런을 선택했습니다. 워런은 강력한 금융 규제는 물론 대형 기술기업 해체를 주장해온 인물입니다.

또 다른 급진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바이든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샌더스는 노동장관을 강력 희망해 왔지요. 당초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의 입각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요원한 것처럼 보입니다. AOC는 명문대(보스턴대)를 졸업한 뒤 바텐더 등으로 일하다 만 29세에 의회에 입성한 사람인데, 민주당에선 가장 왼쪽에 있는 것으로 분류됩니다.

바이든은 외교·안보 라인도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진영으로 짜고 있습니다. 초대 국무장관(한국의 외교부 장관 격으로, 수석 각료)으로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제이크 설리번을 각각 낙점했습니다. 둘 다 원칙을 중시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합니다. 트럼프가 북한과 수 차례 정상 회담을 연 뒤 밀월을 과시했으나 “그 대가로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능력만 키워줬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요. 앞으로 대북 강경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입니다.

차기 행정부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는 여전히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대선 불복’ 트윗을 띄우고 있지요. 세계 20개국(G20) 정상들이 화상으로 한 자리에 모여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했던 지난 21~22일에도 쉴새없이 트윗 글을 적었습니다. 그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7400만 표를 얻었는데도 승리를 빼앗겼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바이든은 8000만 표를 얻었습니다. 물론 부정 투표를 주장하고 있으니 최종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겁니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으로 미국은 완전히 두 쪽이 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시위대들이 거리에서 물리적으로 부딪히는 일도 적지 않지요.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훨씬 심각한 상황을 맞았을 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란 겁니다. 투표권이 있는 미국 내 한인은 물론, 투표권이 없는 한국 국적자들도 양분된 것처럼 보입니다. 포털과 유튜브 등에서 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반목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의 연장선상입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외 정책이 우리나라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입니다. 누가 더 유리할 지는 전문가마다 평가가 다릅니다만, 바이든이 당선됐을 때 좀 더 유리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및 미군철수 위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위협 및 재협상 △한국산 철강·세탁기 등 대상으로 고율 관세 부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사실상 용인 등을 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죠.

바이든 역시 자국 우선주의 원칙을 놓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동맹을 신뢰하고 북한 독재 정권에 대해 원칙적 대응을 할 것이란 점을 천명해 왔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당선을 기대했다는 건 외신에서도 여러 번 소개됐지요.

한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인 미국의 대선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만 유·불리를 냉철하게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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