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Money 읽기
(26) 장기투자 종목 찾기

시차도 있지만 기업IR 방식 차이
美선 사업현황·전략 친절히 설명
투자자들은 회사 믿고 장기투자

최근 국내 증시도 변화의 바람
'투자자 중심 IR' 눈여겨봐야
동학개미 단타, 서학개미 장투…투자성향 다른 이유는?

‘한국 주식회전율 세계 3위…단타매매 극성.’

9년 전 보도된 한 기사 제목이다. 한국 증시에서 단타매매가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주식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인 주식회전율이 세계 증시에서 세 번째로 높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상장 주식 수에 비해 거래가 많으면(주식회전율이 높으면) 그만큼 단타매매가 활발하다고 풀이한 것이다.

지금은 어떨까. 최신 통계를 구해보지 않더라도 한국 증시의 단타매매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주변 동학개미의 투자 성향을 보면 이런 판단에 토를 달긴 쉽지 않다. “증시 변동성이 워낙 커서 진득하게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단타 불가피론도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단타에 열중하는 진짜 이유는 최대한 빨리 수익을 보려는 조급함 때문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단타가 불가피한 게 아니라 단타를 선호한다는 거다.

단타는 폭탄주와 닮았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셔 취기를 빨리 느끼는 데 익숙해지면 다른 음주 방법엔 관심이 없다. 주식 투자에서도 짧게 베팅해서 수익을 보는 게 제일이란 생각을 하게 되면 장기투자는 남의 일이다. 폭탄주와 단타 모두 일단 익숙해지면 습관처럼 굳어져버린다.

그런데 미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는 다르다. 동학개미와 달리 장기투자 성향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많다. 정용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대해선 단타 경향이 심한데 해외 주식은 장기투자 대상으로 삼는다”고 했다.

이유가 뭘까. 국내 주식은 스마트폰으로 하루 종일 들여다보면서 매매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우리 시간으로 밤에 열리다 보니 국내 주식처럼 자주 매매하기 쉽지 않다. 시차가 단타를 막아 어쩔 수 없이 장기투자하는 셈이다.

시차 말고 다른 이유는 없을까. 한국과 미국 상장기업들의 기업설명회(IR) 방식 차이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상장기업이라면 투자자들에게 회사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알리는 게 기본이다. 국내 증시 상장기업의 IR이 과거에 비해 매우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분기 실적을 공시만 하는 대기업도 많다. 애널리스트나 투자자가 문의하면 추가로 설명해주는 식이다. 수요자(투자자)가 아니라 다분히 공급자 중심 IR이다.

미국 증시 상장기업은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이다. 투자자에게 친절하고 자세하게 회사의 성장전략과 비전을 설명한다. 정 연구원은 “구글(알파벳)의 경우 IR을 통해 투자자들이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그걸 위해 현재 뭘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런 비전과 전략에 동의하면 투자자들이 회사를 믿고 장기투자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뿐 아니라 미국 증시에선 작은 기업들도 IR에 공을 들인다”며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고 소개했다.

동학개미 단타, 서학개미 장투…투자성향 다른 이유는?

올 6월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 다다넥서스가 그런 회사 중 하나다. 다다넥서스는 중국 온라인 음식료품 배달 시장에서 점유율 20%로 1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플랫폼인 허마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증시 IR 방식을 적극 받아들여 사업 추진 상황과 승리 전략을 투자자에게 자세히 전달한다. 다다넥서스의 IR에서 중국 온라인 음식료품 배달 시장의 성장세와 허마보다 뛰어난 사업전략을 이해한 투자자들이 ‘진성 주주’가 된다.

증권가에선 네이버(284,500 -0.35%)카카오(373,000 -0.27%)를 IR 잘하는 기업으로 꼽는다. 최근엔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차 전략 발표를 애널리스트들이 최고로 꼽았다. 국내 증시에서도 투자자 중심 IR이 늘고 있단 얘기다. 익숙해진 폭탄주 말고 무알코올 맥주 같은 다른 음주 방법을 알아보고, 단타 칠 종목 말고 오랫동안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기투자 대상을 국내외 증시에서 찾아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