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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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주가는 내내 박스권이었다. 가치주 주가가 회복됐지만 통신주들은 좀처럼 회복의 계기를 찾지 못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효과로 인한 실적 개선이 내년으로 미뤄진 데다가 별다른 주가 상승 이벤트도 없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통신주를 가치주로 바라보던 전통적 시각이 바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통신업종의 확장성을 투자 포인트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실적 개선 기대도 더해졌다.
힘 못쓰는 통신株, '깡패株' 본색 되찾을까

통신3사 알고 보면 ‘깡패’?

11일 SK텔레콤은 1.54% 오른 23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KT(2.16%), LG유플러스(1.28%)도 올랐다. SK텔레콤은 지난 2일 장중 21만3000원까지 떨어졌다가 이날까지 8.21% 반등했다.

투자자들은 통신 3사가 하반기 내내 갇혀 있던 박스권을 뚫고 계속 오를지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전망은 3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긍정론이 우세해졌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자회사 깡패(SK텔레콤)’, ‘자사주 깡패(KT)’, ‘본업 깡패(LG유플러스)’라는 ‘깡패 3종 세트’로 통신 3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특정 분야에 강한 면모를 보일 때 쓰는 ‘깡패’라는 유행어로 통신 3사가 갖고 있는 강점을 부각한 것이다.

SK텔레콤은 ADT캡스, 11번가, SK스토아 등 자회사들의 성장성이 3분기 실적을 기점으로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자회사 상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그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KT는 3사 중 주가가 가장 부진한 편이지만 내년 11월 초까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예정돼 있어 더 나빠질 게 없다는 것이 신 연구원의 분석이다. LG유플러스는 무선가입자수 순증에 따른 본업의 호실적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강점으로 꼽혔다. 신 연구원은 “통신사들 주가가 계속 부진했지만 각기 다른 강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깡패’라는 표현을 끌어왔다”며 “내년엔 본업의 회복세와 사업확장성이 큰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주가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사업확장세에 주목

통신업종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관점은 실적을 좌우하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4세대 이동통신 LTE 도입 때도 ARPU 증가에 따라 통신업종 실적이 올랐다.

하지만 내년 통신업종을 평가할 기준은 비통신 사업의 확장을 통한 성장성이라고 증권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올해 본업 외에 미디어·커머스·보안·모빌리티·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고, 코로나19로 그 확장세가 커졌기 때문이다.

사업 확장에 가장 적극적인 통신사는 SK텔레콤이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SK텔레콤의 신규 사업, 미디어, 기타 자회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약 8000억원에 이른다. 내년엔 9000억원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적자를 내던 11번가는 올 3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턴 비통신 사업 부문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전체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5G 효과 더해질까

본업 전망도 긍정적이다. 통신 3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ARPU도 내년 1분기부터 본격 개선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내년 무선 ARPU는 올해보다 평균 6%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말 기준 5G 예상 보급률이 40%까지 늘어난다는 가정하에 나온 숫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올해 1분기보다 17.5% 많은 3549억원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각각 올해 1분기보다 4.8%, 14.1% 많은 4018억원, 2509억원이다.

다만 5G 가입자 증가 둔화에 대한 우려는 있다. 휴대폰 구입 시에는 5G 요금제 가입에 따른 보조금을 받기 위해 5G 요금제를 선택했다가 품질에 불만을 품고 이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통신 3사의 5G 가입자 유치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원인이다. ARPU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