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경기회복 정도가 선진국·신흥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 가운데 중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세계 경제회복 추적지수(타이거 지수) 집계에서 한국은 지난 8월 기준 현재 -0.76을 기록했다.

타이거 지수(TIGER)는 각종 경제·금융 지표와 신뢰 지수 등을 활용해 경제 흐름을 추적하는 지수다. 한국의 8월 타이거 지수는 아일랜드(11.61), 터키(11.26), 중국(7.68), 호주(4.23), 미국(3.17), 네덜란드(2.92), 스페인(0.95), 캐나다(-0.40)에 이어 비교대상국 23곳 중 9위에 속했다.

동반 침체 후 경제 주체별로 회복력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을 뜻하는 'K자형 회복'으로 향할지 갈림길에 서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타이거 지수는 지난해 12월 1.52였다가 올해 1월 -0.70으로 하락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하면서 6월에는 -5.93까지 떨어졌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7월(-6.23) 이후 가장 낮았다. 7월 들어 한국의 타이거 지수는 -2.76으로 올랐고, 8월까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7월의 상승 폭(+3.17포인트)은 2012년 2월(+3.63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타이거 지수가 아직 8∼9월의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지만, 향후 한국 경기는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급격한 개선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영어 글자 'K'에서 위로 그리는 사선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는 모습이 영어의 'K'자처럼 지역, 산업, 사회 계층별로 양극화해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재정 상태 등 부양 여력, 의료 수준 등 보건 여건 등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는 물론, 역내 국가 간에도 회복 성과가 달라지고, 경제적 간극이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전문위원은 "신흥국 중에서는 국가 신용도와 공중 보건 대응력이 양호한 한국과 중국, 대만 등이, 선진국이 모인 유럽에서는 제조업 비중과 재정 자극 강도가 비교적 큰 독일 등이 역내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속보치 기준 1.9%다.

1분기 -1.3%에 이어 2분기에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3.2% 기록했다가 반등했다.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준이 낮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 영향이 크지만, 3분기에 반등함으로써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마지막까지 경기 회복의 발목을 붙잡을 것은 역시 코로나19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세자릿수 가깝게 유지되는 데다 겨울철 독감까지 더해지면 소비 주체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돼 경기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객관적으로 한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