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에선 대선 직전까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고, 상원 다수당을 공화당이 차지할 경우 증시가 급락할 것”이라고 분석해 왔습니다.

바이든이 정책 변화를 꾀하려 해도 공화당이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란 이유였죠. 예컨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것도 불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랬던 월가의 전문가들이 돌변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했지만 시장은 되레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나스닥의 경우 10월 한 달 간 까먹었던 주가 하락분을 단 며칠 만에 회복할 태세입니다. 투자회사인 티로우 프라이스의 랜덜 제닉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증시에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가 나타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상원 다수당을 공화당이 지키면, 바이든의 증세·기업 규제 등 반기업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으리란 겁니다. 또 친환경·인프라 투자가 급증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일부러 ‘좋은 재료’를 찾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과거 시장 분석이 아닌, 단기적인 미래 예측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질문1> 바이든 후보 쪽으로 무게가 옮겨지면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일부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했다고 하던데 상황이 어떤까요.

대선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경합주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자 양쪽 지지자들도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선거 이후 혼란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바이든에 유리한 우편투표 개표 작업을 당장 중단하라”, 바이든 쪽은 “마지막 표까지 다 세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폭력과 방화, 약탈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사고도 있었는데요,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단체 대표와 회원 4명이 이틀 전 백악관 인근에서 흉기에 찔렸습니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수개월간 지속돼 온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선 양쪽 시위대가 도심 한가운데에서 대치해 주 방위군이 배치됐습니다.

<질문2> 어제는 기술주가 상승했는데요, 오늘 뉴욕 증시 흐름 중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뉴욕 증시는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대해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선 불확실성이 어찌됐든 마무리 수순이란 겁니다. 크게 보면 지난달 많이 떨어졌던 데 따른 반등 측면도 있습니다.

대규모 추가 부양책에 부정적이던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걸 악재로 보는 관측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바이든의 증세나 빅테크 대상 규제를 공화당이 막아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부양책과 관련해서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연내 부양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양책 역시 올해 안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제로금리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시장 예상대로였습니다. 다만 기대했던 자산매입 확대나 기간 연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질문3> 승리를 확신하는 바이든 후보는 인수팀을 꾸리는 움직임이죠.

바이든 진영은 사실상 승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가동을 위한 사이트도 개설했습니다. 아직 한 페이지짜리이긴 하지만 미국이 코로나 사태부터 경기 침체, 기후 변화, 인종 차별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인수팀을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 당일에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의 과오를 하나씩 돌려 놓겠다는 겁니다. 바이든 측은 정권 인수 작업을 서둘러서 개표 결과에 쐐기를 박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굳힌 듯 보입니다. 경합을 벌이다 바이든으로 넘어간 모든 주(州)에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는 트윗에 “유권자 사기와 주 선거 사기가 있었다. 바이든이 승리를 주장한 모든 주들이 법적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썼습니다. 또 “증거가 많기 때문에 이걸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선거일 이후 도착한 표는 무효인데 이게 유효표와 섞였고, 또 자신에게 투표한 표만 무더기로 사라졌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 모습. 뉴욕=조재길 특파원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 모습. 뉴욕=조재길 특파원
<질문4> 향후 이벤트와 핵심 일정이 있다면.

다음주 역시 미국 대선 이슈가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요인이 될 전망입니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바이든 승리가 가시화하고 있지만, 지난 3일 선거 당일 소인만 찍혀 있으면 대선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까지 유효표로 인정하는 주가 있기 때문에 다음주는 돼야 최종 개표가 완료됩니다.

또 바이든과 트럼프 측 지지자 간 충돌과 갈등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 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다음주에도 3분기 실적 발표가 계속됩니다. 많이 줄긴 했지만 니콜라 맥도날드 비욘드미트 같은 기업 실적은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기 논란을 빚었던 수소트럭 업체인 니콜라는 다음주 월요일에 실적을 공개하는데, 오늘만 8% 넘게 급등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