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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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라임사태 관련 증권사들에 대한 2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라임의 ‘펀드 돌려막기’ 등 사기행각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얼마나 관여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됐다.

금감원은 5일 제재심을 열고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법인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수위를 논의했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에 기관경고와 영업정지 등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 통보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각자대표)과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현 금융투자협회장) 등 전·현직 CEO에 대해서도 문책경고와 직무정지 등 중징계가 예고됐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9일 1차 제재심에서 신한금투와 대신증권에 대한 제재안건을 먼저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제재심에서는 신한금투와 KB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PBS) 관련 부서의 라임사태 연루 의혹을 놓고 금감원과 각 회사측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금감원은 신한금투와 KB증권이 라임펀드에 1조원이 넘는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을 제공하면서 라임의 국내·외 펀드 사기를 적극 도왔다고 본다. 임모 전 신한금투 PBS본부장(구속)과 김모 전 KB증권 델타원솔루션부 팀장은 펀드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최고책임자는 CEO인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최종 책임은 CEO가 져야 한다는 게 금감원 논리다.

증권사들은 “해당 사건은 임직원 개인의 일탈일 뿐 CEO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는데도 CEO에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지나친 법 적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 회사별 상황이 다른 만큼 문제를 일으킨 부서에 CEO가 얼마나 관여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CEO 개인에 대한 제재수위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호주 부동산펀드 등 라임 이외 제재안건도 함께 논의됐다. 김성현 KB증권 사장(각자대표)이 이와 관련해 중징계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감원이 펀드 판매사 제재에 ‘소비자 피해구제 노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판매사들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원금을 전액 보상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권고를 지난 8월 수용했다.

금감원은 증권사 제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은행들에 대한 제재에 착수할 예정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신한은행 등 라임 판매은행에 대한 제재심은 다음달 중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