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상반기까지 수년간 주식시장의 주역은 중국 소비 관련주였다. 화장품, 면세점, 카지노,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속한 종목들이 무섭게 올랐다. 그 선두에는 중국 시장을 조기에 개척한 아모레퍼시픽이 있었다. 2015년 6월부터 약 1년간 주가는 40만원대를 오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과 함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며 내린 한한령(한류제한령)은 아모레퍼시픽을 정점에서 끌어내렸다. 이후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작년 중국사업을 정비하며 회복되나 싶었던 주가는 코로나19로 또다시 타격을 받았다. 현재 시총 3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4년여간의 부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오랜 구조조정을 끝내고 아모레퍼시픽이 ‘재도약’할 것이란 보고서를 일제히 내놓고 있다.
바닥 다진 아모레퍼시픽, 4년 부진 벗어나나

3분기 영업이익 반토막났지만…

아모레퍼시픽은 29일 2.48% 오른 16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 하락과 함께 시총 상위주 주가가 대부분 떨어졌지만 아모레는 올랐다.

전날 발표한 실적에 대한 긍정적 해석이 나온 영향이다. 시장예상치를 30%가량 웃돈 영업이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1조886억원, 영업이익은 48% 줄어든 560억원을 기록했다.

긍정적 포인트는 영업이익률 개선이다. 2분기 3.34%에서 3분기 5.1%로 올라 수익성이 개선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7.67%에서 올해 4.06%로 급감한 뒤 내년(7.57%)과 후년(9.22%)에 걸쳐 상승할 전망이다.

수익성 회복의 비결은 채널효율화다. 해외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는 동시에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중심 소비가 확대되자 아모레퍼시픽은 마케팅 비용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 부문에 투자하는 등 디지털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3분기 중국 내 럭셔리 브랜드 온라인 매출은 작년보다 80% 이상 증가했고, 온라인 매출 비중도 45%까지 늘었다. 국내 온라인 매출도 40%에 달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취향은 과거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 브랜드에서 럭셔리 브랜드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며 “디지털 부문 강화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주가는

아모레퍼시픽의 이익률이 개선되자 증권사 대부분이 향후 주가 전망을 낙관하는 보고서를 쏟아냈다. 이날 보고서를 낸 14곳 중 13곳이 목표주가를 유지하거나 높였다. 대신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2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비용 부담이 줄고, 중국에서 고급 브랜드인 설화수의 중국 내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군절을 앞두고 벌인 이벤트에서 설화수는 알리바바와 타오바오 고객 거래순위 6위를 차지했다”며 “작년 대비 고객 수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수익성 높은 면세점 판매가 코로나19로 회복이 지연되는 것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중 유일하게 투자의견을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김 연구원은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빠른 매출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가가 당분간 횡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11월 광군제에서 보여줄 설화수의 판매량도 관심사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경쟁 럭셔리 브랜드 대비 설화수 매출 규모가 작아 빠른 매출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