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역대 최고 수준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예측치가 ‘화려한 수치’일 뿐이라며 경제개선에 대해 큰 기대를 보이고 있지 않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례없는 최저치를 기록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란 분석이다. 경제침체기가 더 길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발표할 예정이다. 많은 시장분석가들이 30% 이상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기 기준으로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가 실제 경제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제이 샴보 브루킹스연구소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경이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에 큰 ‘공백(hole)’이 있다”며 “경제는 실제로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분기 약 -30%의 역성장을 기록한 뒤 3분기 30%로 다시 반등했으니 완전히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치를 계산하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100달러가 30% 하락해 70달러가 된 뒤 다시 30% 상승했다고 한들, 가치는 91달러로 처음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 샴보 연구원은 “3분기 생산량은 (코로나19 타격이 없었던) 작년말 수준보다 4% 이상 낮을 것”이라며 “올해는 대공황 이후 경제가 가장 크게 수축한 해로 기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발표하는 수치가 ‘전기비연율’로 산정되기 때문에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전기비연율은 현재 분기의 경제상황이 향후 1년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하여 환산한 연간성장률이다. 전기 대비 증가율에 4제곱을 해서 계산한다. 그는 “전기비연율로 계산하면 지금처럼 위아래로 경기 변동이 큰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다”며 “경제성장률 하락폭과 반등폭이 모두 커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샴보 연구원은 다른 분석법을 제안했다. 근무 시간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월간 근무시간과 분기 평균 근무시간을 살펴보면 4월에는 근무시간이 현저히 줄어 2분기 근무시간 평균이 내려앉았다. 7~9월 근무시간은 6월 대비 소폭 늘었다.그는 “3분기 근무 시간이 단순히 6월 수준에 머물렀다면 3분기 GDP 성장률은 15%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기별 평균 근무시간
분기별 평균 근무시간
개인 소비 증가율도 살펴볼 만하다고 했다. 소비둔화는 경제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6월부터 8월까지 매월 개인 소비 증가율은 전월보다 낮았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국가활동지수(CFNAI)도 좋은 지표다. CFNAI 지수는 85개의 거시경제 변수를 토대로 산출되는데 GDP 추이를 예측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지수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9월 지수는 0.27로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던 5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 수는 과소평가되었다고 봤다. 6월에 약 480 만개의 일자리가 늘었지만 7월 180만개, 8월 150만개, 9월 66만개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6월에 늘어난 일자리도 대부분 임시해고를 했던 근로자들을 다시 고용한 덕분이었다. 실업자 중 임시해고자 비율은 4월 78%에서 9월 37%로 줄어든 반면, 영구적으로 정리해고된 인원은 3월 150만명에서 9월 380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샴보 연구원은 “일자리 증가율이 계속해서 둔화된다면 (코로나19로 시작된) 경기침체기 이전 수준으로 고용수준을 되돌리는 데에 몇 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급여근로자 수
급여근로자 수
이어 “사람들은 재취업 가능성을 과대 평가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노동 시장의 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고용인원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 400만 명 이상 적다”고 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240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27주 이상 실업상태에 있고 빈민층에게 음식을 배급하는 푸드뱅크에 줄이 길게 이어지는 등 식량불안도 가중된 상태다.

샴보 연구원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바이러스 통제와 지속적인 재정 지원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실업자와 중소기업은 정부의 도움없이 생존할 수 없다”며 “현명한 재정정책이 경기침체기를 단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