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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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주가가 급등했다. 1조원이 넘는 품질 비용 충당금을 쌓고도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어닝쇼크'이지만 영업능력으로만 보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셈이다.

기아차는 27일 10.32% 오른 5만2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고가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 종목 1위는 기아차였다.

26일 실적 발표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아차에 대한 전망은 좋지 않았다. 19일 세타2 엔진 결함과 관련해 3분기에 1조260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쌓는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당황했다. 아무리 실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1조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으면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는 '반전'을 보여줬다. 3분기 매출 16조3218억원, 영업이익 1952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충당금 일부가 환입되면서 실적에 실제 반영된 충당금은 1조 131억원이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기아차가 3분기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조2600억원에 달했다는 의미다. 당초 증권사들이 예상했던 영업이익 추정치(5804억원)보다 117% 더 벌었다.

기아차는 이번 실적 개선이 3분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카니발 등의 신차 효과와 더불어 수익성이 높은 차종이 잘 팔리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해외여행과 각종 서비스 산업에 쓰지 못한 돈이 자동차와 명품 등 경기민감 소비재로 몰리고 있다"며 "자동차를 구매할 때도 기왕이면 가장 좋은 옵션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이익 구조도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 뿐만아니라 미국은 물론 인도 시장에서도 외형을 키우고 있다. 기아차는 분기 1조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이면서 현대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자동차주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대부분의 증권사가 기아차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목표주가는 8만5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차 빅 사이클이 효과를 발휘하는 가운데 고객군 변화, 브랜드 인지도 변화, 옵션 채택률 상승 등이 맞물린 것"이라며 "이러한 구조적 이익 개선은 최소 2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