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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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18조원이 넘는 그의 주식 재산은 이재용 부회장 등 직계가족에게 상속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등이 부담해야할 상속세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분에 대한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매각 및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언급되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장기적으로는 배당 확대가 예상되는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 보유지분 18조2251억원… 예상 상속세 10조6070억원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총 18조2251억원 수준이다. 그는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삼성전자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실제 상속시 부여되는 평가액은 사망 전후 2개월,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향후 2개월의 주가 변화에 따라 달라질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하기 위해 약 10조원의 상속세를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속세법령에 따라 평가액 30억원이 넘는 주식은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고, 증여자가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일 경우 평가에 대한 20% 할증이 적용된다. 이 회장의 평가액에 20%를 할증한 뒤 50%의 세율을 적용한 예상 상속세는 10조935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자진신고에 따른 3% 공제를 적용하면 실질적인 납부액은 10조6070억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내야하나… 생명 지분 매각 가능성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의 직계가족들이 10조원대 상속세를 지분 매각 없이 지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회장의 상속 자산 중 주요 자산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 자녀들이 보유한 주요 자산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주식”이라며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지배구조 상 최상위 계열사인 삼성물산의 매각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면, 삼성생명과 삼성SDS 지분 전부를 매각해도 증여세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 등이 증여세 납부 이후에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배당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부족한 금액은 대출과 계열사들의 배당 확대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부연납은 상속세의 6분의 1을 지불한 뒤 나머지 금액을 5년에 걸쳐 분납하는 납부 방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상속 재산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연부연납 방식으로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삼성물산이 지분 19%를 갖고 있고,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주요 주주도 없어 매각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도부터 적용될 삼성전자의 새로운 배당정책이 발표되는데 배당 성향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배당에 활용한다는 지침을 고수해왔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지분 매각 및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존재하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의 주가수혜가, 장기적으로는 배당 대폭 확대가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 최 연구원은 "지난달 보험법 개정안 이슈 발생 당시와 유사하게 삼성물산과 생명의 단기 급등이 예상된다"며 "다만 시장에서 나오는 지배구조 개편 및 지주사 전환설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 등 당장 이뤄지기 어려운 요인들이 많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