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의 3분기 신규 유료가입자 수가 2분기의 22%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가입자들이 늘어나지 않았다면 더욱 처참한 숫자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20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한 64억3600만달러, 순이익은 19% 늘어난 7억9000만달러였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실적보다 신규 유료가입자 수에 쏠렸다. 넷플릭스가 올 들어 이날까지 62%의 주가상승률을 올리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승자가 된 가장 큰 이유가 가입자 수 급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220만명에 그치며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회사가 상반기 중 제시한 가이던스에도 미치지 못했다. 1분기 1580만명. 2분기 1010만명을 신규 확보하며 시장의 추정치를 대폭 뛰어넘었던 올 상반기와는 상반된 결과다. 전세계에서 셧다운(봉쇄)이 해제되며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늘어난 결과 OTT 수요가 상반기보다 줄어든 영향이다. 넷플릭스는 4분기 신규 가입자 수 예상치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줄어든 600만명으로 제시했고 내년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감소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넷플릭스의 분기별 신규 유료가입자 수. 검정색으로 표기된 숫자가 실제 가입자 수,  회색 숫자는 가이던스  /자료: 넷플릭스 3Q 주주서한
넷플릭스의 분기별 신규 유료가입자 수. 검정색으로 표기된 숫자가 실제 가입자 수, 회색 숫자는 가이던스 /자료: 넷플릭스 3Q 주주서한
넷플릭스가 3분기에 확보한 신규 가입자의 대부분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나왔다. 넷플릭스는 아시아에서만 전체의 46%에 해당하는 100만명을 확보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급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회사는 주주서한에서 아태지역 국가 중에서도 특별히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광대역통신망이 널리 보급된 두 나라에서의 실적이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3분기 말 기준 330만명이다. 킹덤, 보건교사 안은영, 걸그룹 블랙핑크의 다큐멘터리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넷플릭스는 2015년 이후 7억달러를 투자했다. 한편 유럽과 중동에서는 76만명, 중남미에서 26만명을 신규 확보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분기(290만명)의 6%인 18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으는데 그쳤다. 월트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워너미디어의 HBO맥스, NBC유니버설의 피콕 등이 미 OTT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넷플릭스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