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흥행, 공모價 욕심보다 주주 배려"
2020년 기업공개(IPO)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올해 신규 상장 기업은 56곳, 공모 금액은 3조7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공모 금액(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공모주 투자 열기도 역대 최고조에 달했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최고 3000 대 1까지 치솟았고 카카오게임즈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청약에는 각각 약 60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IPO업계를 이끄는 이들을 만나 올해 공모주 시장을 평가하고 내년 전망을 들어봤다.

올해 IPO업계에서 단연 활약이 두드러진 회사는 삼성증권이다. 올초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주관사 자리를 꿰차더니 ‘대박’을 터뜨렸다. 카카오게임즈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 1479 대 1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일반청약에서도 59조원이 몰리면서 IPO 역사상 가장 많은 증거금을 모았다.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절차를 진두지휘한 김병철 삼성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사진)은 “카카오게임즈의 성공은 예견됐던 것”이라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카카오게임즈 흥행, 공모價 욕심보다 주주 배려"
첫 번째는 매력적인 공모가격이다. 김 본부장은 “카카오톡이 전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만큼 경영진은 공모가에 욕심내기보다 회사가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를 바랐다”며 “희망 공모가격을 설정할 때부터 고객 친화적 전략이 녹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치밀한 사전 준비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그룹 자회사 중 첫 번째로 상장을 추진하는 사례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게다가 2년 전 상장이 무산된 적이 있어 회사 측의 부담도 상당했다. 삼성증권은 이 틈을 노렸고 지난 4월 공동 주관사로 추가 투입됐다. 2018년 상장을 추진했을 당시엔 한국투자증권이 단독 주관사로, 삼성증권은 인수단으로 참여하기로 했으나 이번에 지위가 격상된 것이다. 김 본부장은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상장을 단독 주관하면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주관사 계약을 따냈다. 그는 “상장에 재도전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시작했다”며 “남궁훈 대표와 김기홍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임원진과 카카오공동체가 한몸이 돼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회사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풍부한 유동성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청약자금이 그대로 증시로 유입되면서 주가를 밀어올렸다. 공모가 2만4000원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첫날 공모가가 시초가의 두 배를 형성한 뒤 이틀 연속 상한가(일명 따상상)를 기록했다. 김 본부장은 “일각에서는 주가가 높다고 하는데 카카오그룹의 플랫폼 가치와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올 하반기부터 실적이 급격히 개선되는 고성장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카카오게임즈로 약 3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올해 기업금융본부가 수임한 딜 중에 규모가 가장 크다. 청약 과정에서 신규 고객은 2만6000여 명 늘었고 고객 예탁금은 두 달 새 44조원 급증했다. 그는 “IPO의 중요성을 사내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상장 주관 업무를 전폭 지원해주는 분위기도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 IPO업계의 빅3 체제는 곧 무너질 것”이라며 “1강, 2중, 3약 체제로 바뀌고 ‘2중’에 삼성증권이 새롭게 진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동안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3개 증권사가 시장을 장악하는 구도가 이어졌지만 판도가 바뀔 것이란 얘기다. 그가 자신하는 이유는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대어들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상장주관사가 결정되지 않아 증권사 간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그는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주관사 계약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 흥행, 공모價 욕심보다 주주 배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사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HK이노엔 등 굵직한 기업의 상장도 이어질 전망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1조원대로 평가받았다. 예상 시가총액 7000억~9000억원 규모의 ‘빅딜’로 삼성증권과 KB증권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성장성 특례 상장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 기업가치 2조원대로 추정되는 HK이노엔도 다음달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간이 공동 주관을 맡고 있다. 이 밖에 인공지능 의료기기 개발사 뷰노,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사 고바이오랩, 전자결제데이터 전문기업 쿠콘 등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