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넥센·HDC에 허승조 등 재계인사까지
특정펀드에 상장사 몰려…3년간 최소 5000억 투자 드러나
"판매사 영업만으론 투자유치 쉽지 않아"…의혹 갈수록 증폭
옵티머스 펀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6일 펀드의 최초 판매사인 대신증권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들고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 펀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6일 펀드의 최초 판매사인 대신증권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들고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상장회사가 약 60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 LS BGF 넥센 오뚜기 등 대기업은 물론 성균관대 건국대 등 대학들도 앞다퉈 옵티머스에 돈을 넣었다. 일부 경영계 인사도 옵티머스에 돈이 묶였다.

18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옵티머스 펀드 전체 가입자 명단’을 보면 유가증권시장 12개, 코스닥시장 47개 등 모두 59개 상장사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단에는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2017년 6월부터 환매 중단을 선언한 올 6월까지 3년간 전체 펀드계약(3300여 건)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에 알려진 한화그룹과 에이치엘비, LS일렉트릭 이외에도 훨씬 많은 회사가 옵티머스에 돈을 넣었다는 사실이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식품업체인 오뚜기는 2월과 4월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에 150억원을 넣었다.

BGF리테일은 2월 50억원,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4~5월 150억원을 투자했다. 옵티머스 펀드 만기가 6~9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가 환매 중단으로 투자금을 날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 명단에는 경영계 인사도 여럿 등장한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옵티머스에 모두 110억원(누적 기준)을 넣었다.

해당 기업들은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에 여유자금을 굴리라는 판매사 권유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특정 사모펀드에 대기업 등 상장사 수십 곳이 몰려든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와 운용사의 영업만으로 이렇게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장사 59곳·대기업 오너들도 투자
옵티머스 사태는 ‘펀드 사기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자산명세서 등을 위조했다. 금융당국 감시망을 무력화한 뒤 ‘연 3% 수익을 준다’고 홍보해 3년간 1조7000억원을 끌어모았다. 이런 사기극에 대기업 등 상장회사들이 최소 500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사기성 상품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데엔 뒷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단독] 오뚜기 150억·안랩 70억…옵티머스 '먹잇감' 된 기업들

3년 만에 59개 상장사 끌어모아
한국경제신문이 18일 입수한 ‘옵티머스 펀드 전체 가입자 명단’을 보면 상장회사들의 옵티머스 투자는 2017년 7월 25일 3억원을 넣은 코스닥 정보기술(IT) 기업 텔레필드로부터 시작됐다. 텔레필드는 국가 기간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광전송장비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텔레필드에 앞서 같은 해 6월 공공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300억원을 넣었다.

이후 옵티머스가 환매 중단을 선언한 지난 6월까지 3년간 무려 59개(유가증권시장 12개, 코스닥시장 47개) 상장사가 펀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오뚜기(150억원), 제이에스코퍼레이션(150억원), BGF리테일(100억원), HDC(65억원), LS일렉트릭(50억원), 한일시멘트·홀딩스(50억원), 넥센(30억원) 등이 옵티머스에 가입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에선 에이치엘비·에이치엘비생명과학(400억원), 에이스토리(130억원), 케이피에프(80억원), 안랩(70억원), JYP엔터테인먼트·NHN한국사이버결제(50억원) 등이 주로 투자했다. 다만 한일시멘트·홀딩스와 케이피에프는 환매 중단 이전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통틀어 옵티머스에 가장 많은 돈을 넣은 기업은 한화그룹 소속 비상장사인 한화종합화학(500억원)이다. 한화종합화학은 2019년 1~3월 한화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와 네 건의 가입계약을 맺었다. 회사 측은 “투자금 전액을 상환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과 마사회, 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은 물론 대학과 노동조합 등도 거액을 투자했다. 성균관대는 작년 6월부터 올 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46억원을 넣었다. 한남대와 건국대도 각각 44억원과 4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도로공사 노조는 2019년 1월 옵티머스에 5억원을 넣었다. 그동안 옵티머스는 도로공사 등이 발행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홍보해왔다. 도로공사는 “매출채권을 발행한 사실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연 3% 수익에 기업인 투자 나서
개인투자자 중엔 경영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강 회장은 2019년 7월 20억원(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올 4월 30억원(NH투자증권)에 이르기까지 여섯 번에 걸쳐 모두 110억원을 넣었다. 넥센 법인도 옵티머스에 30억원을 투자했다.

GS가의 일원인 허승조 일주학술문화재단 이사장은 66억원, 구본식 LT그룹 회장 일가는 40억원,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5억원을 맡겼다. 이들 ‘범LG가(家)’ 기업인은 모두 NH투자증권(옛 LG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에 가입했다. 상장사와 기업인들이 이처럼 펀드에 대거 가입한 건 옵티머스가 내건 목표 수익률(연 3% 안팎)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고채 3년물 금리(연 1.4%)의 두 배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러나 특정 사모펀드에 대기업 등 상장사 수십 곳과 재계 인사들이 대거 투자한 점을 범상치 않게 본다. 한 사모운용사 관계자는 “외부에 있는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영업하지 않고는 이렇게까지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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