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국의 재정부양책은 대선 이후로 넘어가는 듯합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4일(미 현지시간) "현시점에서 대선 전에 무언가를 타결하기는 어려울 것(difficult to get a deal done before the election)"이라고 밝혔습니다. 밀컨콘퍼런스 세션에 참석해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일부 이슈에서 여전히 견해가 멀리 벌어져있다(both sides were still far apart on certain issues)"고 털어놓은 겁니다.

이런 발언은 므누신 장관과 펠로시 의장이 이날 오전 약 1시간 대화를 나눈 뒤 나왔습니다.

이에 뉴욕 증시는 부양책 기대감으로 인한 상승분을 일부 되돌렸습니다. 장 초반 오르던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다우는 0.58%, S&P 500 지수는 0.66%, 나스닥 지수는 0.80% 내린 채 마감됐습니다.
커지는 미 대선 불안감…미국 주식 팔아야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부양책은 이제 대선 이후로 넘어갈 듯합니다. 승리를 거둔 당에서 떠맡아야겠지요.

현재 월가는 블루웨이브(민주당 압승)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하원에서는 기존 다수를 지키며 35석이 걸린 상원에선 기존보다 4석 이상을 공화당으로부터 뺏어와 다수를 차지하는 걸 뜻합니다.

여론조사는 여전히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따돌리고 있지만, 파이낸셜타임스가 지적했듯 민주당 내부에서도 큰 확신은 없습니다. 지난 2016년에 큰 여론조사 격차에 자만했다가 뒤집혔던 여파입니다. 게다가 당선의 열쇠를 쥔 경합주들에선 여전히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이번 주 투자자들이 소형주, 가치주에서 빠져나와 대형주와 성장주로 다시 이동한 건 민주당 압승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퀀트파생 대표는 지난 4년간의 새로운 유권자 등록을 분석해 핵심인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트럼프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또 애리조나에서는 경합, 뉴멕시코와 메인에서는 바이든이 이길 것으로 봤습니다. 이렇게 되면 승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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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이번 대선 결과는 80% 확률로 당일에 결정되지 않을 것이며, 그 주에 나올 확률이 70%로 가장 높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치열한 접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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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떤 자세로 이번 대선을 맞아야할까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습니다. 혼란스런 상황에 맞춰 네 가지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경제 경로 및 포트폴리오를 제시한 겁니다.

시나리오는 네 가지입니다. 이를 요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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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통령 바이든 승리-상원 민주당 탈환

블루웨이브를 가정한 시나리오입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23%만이 상하원 다수가 갈린 것을 선호한다고 답한 건 ‘유권자들이 정치적 교착 상태에 지쳐있다’는 신호인 만큼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양원을 지배하면 새로운 세금과 규제를 만들어 내긴 하겠지만 더 많은 부양책과 그에 따른 소비 개선이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 남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IMF도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공공투자가 효과적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오면 증시는 강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산업별로는 신재생에너지와 첨단산업, 전기자동차, 통신, 은행 등이 승자로 분석됩니다. 패자는 헬스케어, 대형기술주, 교육 및 미디어주 등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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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대통령 바이든 승리-상원 공화당 지배 유지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해도 상원을 공화당이 지킬 경우 대대적 정책 전환은 어렵습니다. 공화당이 상원을 통해 초대형 부양책을 저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 금융시장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럴 경우 시장은 하락장에 갇힐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낮은 수익률과 높은 변동성에 대비해야합니다. 현금을 늘리고 국채와 지방채, 투자등급 회사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 자산을 방어해야합니다.

③ 대통령 트럼프 승리-상원 아무 당이나

‘현상유지’ 시나리오입니다. 선거가 이뤄진 이후여서 기본적인 부양책은 의회를 통과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은 계속 갈등을 빚을 겁니다.
실업 구제를 위한 인프라딜 등은 가능할 수 있어도 교통 에너지 등 전반적인 친성장 입법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 이민 등을 놓고 지속적으로 싸울 것이고 공화당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산업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할 것입니다.
분열된 행정부와 의회로 인해 불안정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높아집니다. 기술기업 규제와 중국 위협 대응 등 정책은 양당 간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스태그네이션에 베팅하십시오. 기술주와 임의소비재(consumer discretionary), 대형주, 투기등급 채권 등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도 기대수익률과 레버리지를 낮추십시오.

④ 대선 불복과 혼란

11월3일 선거 결과가 늦게 나오거나, 나온 다해도 불복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절망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주식을 싸게 살 기회로 삼아야합니다. 현재 옵션시장은 11월4일 S&P500 지수가 3.6%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선 다음날 평균인 2.9%보다 약간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 다음날에만 주목하는 게 아닙니다. 혼란이 12월 이후까지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커지는 미 대선 불안감…미국 주식 팔아야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런 일은 전례가 거의 없습니다. 2000년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선거를 치렀을 때 플로리다의 우편투표 결과를 둘러싸고 한 달 이상 당선자가 결정되지 못했지요. 결국 연방 대법원이 5 대 4로 재검표 중지를 명령해 37일 만에 부시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그 37일간 S&P500지수는 4% 넘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발생 가능한 결과의 집합이 훨씬 더 넓고 정치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에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의 크고 유동성 높은 금융시장, 강력한 사회구조, 법치, 그리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노동력은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이럴 경우 시장이 하락할 때 위험자산을 매수하고 변동성을 매도하십시오. 최악의 경우가 생겨나도 미국은 구제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때 미국의 은행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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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처럼 대선 전후 트레이딩 전략을 논하는 월가 분석이 많습니다. 최근엔 골드만삭스가 블루웨이브를 가정해 달러는 약세, 유가와 은값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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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주식평론가 짐 크레이머는 이날 유명 기술적 분석가인 톰 디마크의 기법을 활용해 대선 전 다우 지수가 최대 295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고점을 찍은 뒤 상승 동력을 잃을 것이며 가파르게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분석은 참고만 하십시오. 월가 금융사들은 선거가 치러지는 4년마다 시나리오를 내놓지만 맞추는 확률은 높지는 않습니다.
지난 2016년 11월8일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승리하자, 예측불가능한 정책과 보호주의 무역으로 기업 수익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이 쏟아졌습니다. 주가지수 선물은 밤새 폭락했지요. 하지만 감세를 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며 주가는 금세 회복했고 지난 3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급등세를 달렸습니다.

또 2008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자 건강보험 개혁 가능성으로 한 때 헬스케어 주식이 폭락했지만 이후 수익률은 좋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에는 부흥의 기대를 안고 석탄업종에 투자했던 이들이 울음을 삼켜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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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