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사모펀드 6조원 돌파…해외 대체자산·재간접펀드 등으로 확대
부실이 드러나 환매가 중단·연기된 사모펀드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5개월 동안만 2조원 넘게 늘었다. 사고가 발생한 상품도 금 등 원자재나 재간접 펀드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당장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금융당국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부실 사모펀드 5달 만에 2조원↑

6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임 사태 이후 지금까지 부실이 드러난 사모펀드 규모는 6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개월여 전인 지난 4월말 4조원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2조3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새롭게 부실이 확인된 주요 사모펀드로는 옵티머스(6월, 판매액 5151억원), 젠투(6월, 1조808억원), 유니버설인컴빌더(8월, 1034억원), 브이아이H2O멀티본드(9월, 1000억원) 등이 있다.

부실 사모펀드 사태가 끊이지 않으면서 각 은행과 증권사 일선 지점을 중심으로 한 리테일 자산관리(WM)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팔린 사모펀드 잔고는 19조3413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26.7% 감소했다. 개인 사모펀드 판매 잔고는 라임 사태 직전인 작년 6월 말 27조25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사모운용사가 처음부터 작정하고 관련 문서를 위조해 당국-판매사-수탁회사-사무관리회사에 걸친 감시망을 무력화시킨 옵티머스 사태는 결정타를 날렸다. 이에 금융당국은 8월부터 1만여 개가 넘는 전체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당국 전수조사에도 부실 사모펀드 사태는 진정되긴 커녕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진 보험회사 상품이나 글로벌 재간접펀드 등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삼성생명이 주로 신탁형태로 판매한 금 관련 무역금융펀드인 유니버설인컴빌더 파생결합증권(DLS) 환매가 현지 거래처 문제 등으로 연기됐다. 지난달엔 해외 운용사의 채권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담은 브이아이H2O멀티본드 환매가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해외 대체투자 펀드를 투자자산으로 편입한 재간접펀드를 새로운 ‘뇌관’으로 지목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20개 운용사가 판매한 재간접펀드는 8월 말 기준 219개 해외 사모펀드에 모두 9조2394억원을 투자했다. 작년 말 대비로는 1조267억원(12.5%)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당수 재간접펀드가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과 인프라 등 해외 실물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며 “자산 편입과정에서 현지 실사 등을 통한 정보 취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언제든 문제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野, 이헌재·채동욱 증인 채택 추진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당국에 대한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사모펀드 국감’을 방불케 한다.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인 대신증권의 오익근 대표,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23일로 예정된 정무위 종합감사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들은 옵티머스운용의 자문단으로 최근까지 이름을 올렸다.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는 지난해 6월 NH증권 상품승인소위원회에 참석해 “영업은 고문단(자문단)이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정무위는 옵티머스운용 사내이사로 공공기관 매출채권 계약서 등을 위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윤석호 변호사(43)의 부인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36)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