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서 지난달 가치주의 수익률이 성장주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업종인 산업재, 운송 및 유틸리티 등의 상승이 가치주 반등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4분기에 들어서면서 투자자들이 그동안 많이 오른 종목은 팔아 차익실현에 나서는 반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가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대형 성장주로 구성된 러셀1000 지수는 한 달 동안 4.8% 하락해 11개월 연속 상승 기록에 종지부를 찍었다. 반면 대형 가치주로 이뤄진 러셀1000 가치주 지수는 같은 기간 2.6% 떨어지는 데 그쳐 성장주 수익률을 앞섰다. 가치주 지수의 한 달 수익률이 성장주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이다.

미국의 전통 가치주로 꼽히는 건축자재기업 마틴 마리에타 머티리얼즈가 16% 이상 오른 것을 비롯해 전력공급업체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 특송업체 페덱스 등이 모두 한 달 간 9% 이상 뛰었다. 모두 코로나19 이후 성장주 랠리에서 소외됐던 업종이다.

반면 지난달 S&P500 지수는 -3.9%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형 성장주인 아마존(-8.76%)과 테슬라(-13.9%) 등도 저조한 성적을 냈다.

시장에선 연말이 다가올수록 수익률 관리를 위해 올 한해 많이 오른 주식을 파는 대신 낙폭이 큰 종목을 사들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치주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말 배당을 짧게 노리는 투자자들의 단기 머니무브일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선 가치주 반등의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WSJ는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동안 가치주가 성장주 수익률을 능가할 것이라고 답한 펀드매니저가 많았다"며 "가치주의 오름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에선 다음달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고 승리한다면 가치주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법인세 등 세재 개편은 성장주에 더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