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株 계속 갈 것…전통·혁신 만나는 기업 투자"
“수익모델이 불투명했던 정보기술(IT) 버블과 달리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끈 성장주들은 견고한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혁신기업들은 향후 경제성장을 이끌 것으로 판단합니다.”

서진희 NH아문디자산운용 글로벌투자부문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코로나19 재유행 등 주식시장 변동성을 유발할 요인들이 있지만 성장주의 모멘텀이 꺾였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서 부문장은 주식, 채권, 실물자산,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 등 해외 투자와 관련된 모든 투자자산을 관리한다. 운용규모만 약 4조8000억원이다.

전통·혁신 만나는 분야에 투자

예측하기 힘들었던 코로나19 장세에서 미국의 기술기업이 ‘효자’ 노릇을 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NH아문디자산운용의 글로벌혁신기업펀드는 6개월간 37.1%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클라우드 기반 커뮤니케이션 기업 트윌리오,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리프로그램 제공업체 세일즈포스, 반도체 기업 마벨 등 북미 IT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서 부문장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비대면 관련주, 신재생에너지, 온라인 소비 등 부문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왔다”며 “경우에 따라 경기민감주, 필수소비재 등 방어주 비중을 조절하면서 시장 상황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하는 분야는 전통과 혁신이 합쳐지는 분야다. 대표적으로는 물류를 유망한 섹터로 봤다. 그는 “온라인 쇼핑, 푸드 딜리버리 등 코로나19 수혜주들은 결국 물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전통산업으로 취급했던 분야가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사업모델과 엮이면서 부상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고 내수 중심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서 부문장은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높아 미·중 무역분쟁은 이어질 것이지만 내수 소비가 과거의 수출 물량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것”이라며 “통화 및 재정정책을 펼치기에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 중국 비중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서학개미, 종목보다는 펀드 먼저

‘동학개미’에 이어 ‘서학개미’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는 등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활발해졌다. 서 부문장은 전문가 이상으로 잘 아는 종목이나 분야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간접·분산투자가 우선이라고 했다. 투자하는 기업의 사업모델, 경쟁사 등에 대해서 파악했거나 최소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본 뒤 투자하라는 의미다. 그는 “단순히 IT가 유망하다고 해서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을 사거나 줌(Zoom)이 뜬다고 해서 덜컥 매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섹터나 산업에 대해 확신이 있다면 먼저 펀드에 가입해보고 펀드매니저들이 선택한 편입종목 중 ‘자신만의 종목’을 고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보수집 측면에서는 가공되지 않은 주요 지표를 보는 습관도 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채보다는 회사채를, 채권보다는 주식을 추천했다. 주식 50%, 투자등급회사채 40%, 기타 안전자산 10% 등의 비율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서 부문장은 “주요국 정부가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채권보다는 주식의 투자 성과가 더 좋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 대선, 코로나19 2차 대유행 등으로 인한 주식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정수입을 받을 수 있는 회사채도 편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으로는 달러를 추천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