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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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차전지 업종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매일 밤 테슬라 주가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테슬라 주가가 크게 움직이면 다음 거래일 국내 2차전지 업종도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죠.

테슬라가 지난달 23일 오전(한국시간) 배터리데이를 연 다음 테슬라 주가는 더 크게 요동쳤습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를 둘러싼 해석도 여전히 분분합니다.

한쪽에서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혁신의 시작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까지 불확실한 장밋빛 계획일 뿐 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분명한 것은 테슬라에 직접 투자하거나 전기차 관련주에 투자하기 위해선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국내 자동차·2차전지 업종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기차 시장 다 먹겠다는 테슬라

테슬라 배터리데이의 핵심 내용은 전기차 중 원가비중이 가장 큰 배터리의 원가를 낮춤으로써 보급량을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테슬라가 유럽 내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이 필수이기 때문이죠.

배터리 공정 혁신을 통해 배터리 내재화 비중을 점차 늘리겠다는 게 테슬라의 계획입니다. 2020년까지 현재보다 배터리 가격을 56%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킬로와트(kWh)당 130달러 내외인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57달러대까지 끌어 내린다는 것입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다시 보기…"자동차·2차전지 미래 보인다"
동시에 배터리 효율 향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극재는 하이니켈로, 음극재는 자체 기술을 적용한 일명 '테슬라 실리콘'을 통해 배터리 성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공정 혁신이나 소재 혁신 모두 쉬운 방법은 아닙니다. 2022년까지의 계획대로 될지도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배터리 가격은 갈수록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공통적 해석입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배터리 가격은 kWh당 60달러대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다시 보기…"자동차·2차전지 미래 보인다"

◆테슬라는 알고보면 빅데이터 기업

테슬라가 제시한 보급형 모델 가격은 약 2만5000달러 수준입니다. 옵션 등을 더해도 독일의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인 4만 유로보단 낮습니다. 3000만원 정도로 내구성 높은 전기차를 내놓아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죠.

테슬라 배터리데이에서 배터리 만큼이나 중요한 발표 내용은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된 것입니다. 테슬라는 이날 지금의 ADAS(운전자보조시스템)를 넘어 완전 자율주행의 베타 기술을 1년 6개월 안에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정리하면 압도적인 자율주행 기능을 앞세운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의미입니다.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된 전기차의 시장점유율 확대는 내연기관 차량의 시장점유율 경쟁과는 구도 자체가 다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빅데이터'에 기반합니다. 더 많은 도로 데이터와 운전자 데이터가 쌓여야 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하는데 유리합니다. 테슬라가 보급형 모델로 빠르게 빅데이터를 쌓아갈 수 있는 이유죠.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되면 차량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나 각종 콘텐츠 사업도 따라가게 됩니다. 테슬라가 하나의 콘텐츠 플랫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를 통해 쌓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사업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테슬라는 전기차 업체로만 봐선 안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국내 2차전지주 문제 없다"로 의견모으는 애널들

테슬라 배터리데이 이후 국내 2차전지주는 상당한 수준의 조정을 겪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성장성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따랐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2차전지에 대한 성장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중론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관련주가도 소폭이나마 반등하며 다시 희망의 불씨를 살렸습니다.

우선 테슬라가 제시한 공정 기술상의 어려움으로 상당 기간 내재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배터리 산업의 특성상 양산 기술이 중요한데 테슬라도 건식 전극 공정에서 수율개선의 어려움을 언급한 만큼 다른 배터리 업체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론적으로는 획기적인 원가절감이 가능해보이지만 아직까진 기술이 양산에 이를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테슬라가 자체 플랫폼에 맞춘 새로운 규격을 개발 하는 초기 단계에 불과한만큼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의 증가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가파른 실적 성장과 이에 따른 주가의 확실한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향후 가파르게 성장할 전기차 시장을 테슬라가 모두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 연구원은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중대형 배터리 업체들 역시 테슬라와 맞서기 위해 고에너지밀도, 장수명, 고속충전 등 특성이 강화된 배터리 채택을 위한 준비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다시 보기…"자동차·2차전지 미래 보인다"
구체적인 종목들의 성장성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완성 배터리 업체 삼총사 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장비주들도 여전히 성장성이 뚜렷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테슬라가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투자를 부추기면서 관련 실적이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이번 추석에는 미래 산업인 전기차 관련주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들이 투자 매력을 뽐내고 있는 시기로 보입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