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선까지 급락했던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투자심리는 급반등했을 때 같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대선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양도세를 피하려는 개인들이 연말에 물량을 쏟아낼 것이라는 공포가 여전하다. 신규 매수에 선뜻 나서기 힘든 이유다. 이럴 때 ‘큰손’들이 매수하는 종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외국계 증권사, 국내 자산운용사, 국민연금 등 ‘빅3’가 이달 들어 사들인 종목을 살펴봤다. 대부분 실적개선주였다.
증시 불안한데…'큰손'이 쓸어담은 종목 있네

외국계 IT 부품사 선호

한국경제신문이 이달(9월 1~28일)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의 지분율 변동 내역(5% 이상 지분율)을 조사한 결과 기관들은 10여 개 종목을 신규 매수하거나 지분율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와 국내 운용사가 각각 4개, 국민연금이 1개 종목을 사들였다.

외국계 기관은 전기전자 부품주를 매수했다.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은 지난 21일 타이거일렉 지분 5.02%를 신규 취득했다. 타이거일렉은 반도체 제조공정 검사에서 사용되는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업체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자화전자 지분 5.56%를 신규 취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자화전자는 삼성전자에 카메라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로 최근 전기자동차용 부품( PTC 히터)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타이거일렉은 최근 외국계 기관이 매수에 나서며 주가가 이달에만 15%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화전자도 약 13% 올랐다. 이 밖에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펀드인 달랄스트리트가 신용평가업체 NICE 지분율을 7.08%에서 8.10%로 확대했다. 미국계 뮤추얼 펀드인 케인앤더슨러드닉은 영림원소프트랩 지분 6.44%를 신규 취득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지난달 12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업체다.

기관은 ‘코로나 역행주’ 선택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는 트러스톤자산운용, VIP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종목을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고객들의 펀드 해지가 집중되면서 국내 운용사가 보유 지분을 줄이는 가운데 매수한 종목들이어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VIP자산운용은 유니테스트 지분을 5.15%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VIP자산운용은 대표적 가치투자 운용사로 꼽힌다. 유니테스트는 본래 반도체 검사장비 전문업체였지만 최근 페로브스카이트(PSC) 태양전지 기술을 확보하면서 그린뉴딜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유니테스트는 PSC 대면적 생산기술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업체”라고 소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에스제이그룹이지바이오 지분을 각각 5.01%, 6.15% 신규 취득했다. 에스제이그룹은 패션 브랜드 캉골을 운용하는 의류 업체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됐음에도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6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0.4% 늘었다. 이지바이오는 사료와 사료첨가제 전문업체다. 올해 영업이익이 271억원으로 작년 대비 19.9% 증가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이 밖에 KB자산운용은 건강기능식품 업체 노바렉스 지분을 5.45% 신규 취득했다. 노바렉스는 코로나19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연금, 세방 투자목적 변경

국민연금은 이달 한 개 종목의 지분을 추가 취득(지분율 5% 이상 기준)했다고 공시했다. 11일 컨테이너·벌크 화물운송업체 세방 지분율을 7.22%에서 8.71%로 늘렸다. 동시에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는 배당, 지배구조, 정관 변경 등의 사안에 대해 적극적 주주 활동이 가능하다. 세방 지분을 13.64% 보유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2월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