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당국, IPO 수수료 정액제 검토…증권업계 반발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기업공개(IPO) 주관 수수료를 정률제에서 정액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증권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청약 광풍으로 증권사들이 수수료 '대박'을 터뜨리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증권사 IPO 담당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상장 주관 수수료를 정액제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수수료는 공모 규모와 공모가에 비례해 정해진다. 주관사가 인수하는 금액에 수수료율을 곱해서 계산한다. 수수료율은 통상적으로 1% 안팎이다.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이나 외국계 기업의 경우 5~6%대를 받기도 한다. 여기에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으로 정해지면 1~5%의 성과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3곳이 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이 수수료율 2.2%를 적용받아 52억원을, 삼성증권이 30억원을 수령했다.

정률제 방식은 공모 물량이 많고 공모가가 높을수록 증권사가 수익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주관사들이 기업 가치를 부풀리고 공모 규모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수료가 정액제로 바뀌게되면 이와 관계 없이 증권사는 수임 건수마다 정해진 금액만 받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공모주 과열 현상을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IPO 최대어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다음달 출격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다시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정액제 도입이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상장 절차가 까다로운 특례 기업들은 증권사들로부터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수수료가 획일화되면 계약 건수로 실적이 결정되기 때문에 수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수수료가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어'로 꼽히는 대형 딜 1건으로 만회가 불가능해지면서 다른 계약까지 수수료가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 등 일부 기업들에게 투자자들이 쏠리는 현상을 보고 IPO 시장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파나시아, 퀀타매트릭스 등이 공모가가 높다는 이유로 수요예측에서 실패, 상장을 철회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상장 대어들이 많아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주관사 마음대로 공모가를 높이거나 흥행에 개입할 수는 없다"며 "시장이 판단하도록 맡겨야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이 기사는 09월25일(09: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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