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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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해외선물옵션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 해외선물옵션 거래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한방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영향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초고위험 파생상품 거래를 증권사들이 개인들에게 너무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올 들어 2배 넘게 늘어난 해외선물거래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해외선물옵션의 대표 상품인 'E-MINI 나스닥 100'을 1조1785억달러(약 1373조원)어치 거래했다. 지난해 전체 거래대금이 8154억달러(약 949조원)임을 고려하면 올 들어 거래대금이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이다. 8월까지 661만2256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전체 계약건수인 560만284건을 훌쩍 넘어섰다.

개인의 선물 거래는 단타 위주인데다가 선물은 계약당 금액이 큰 탓에 거래대금이 크다. 지수가 오를지 내릴지를 판단하고 매수 또는 매도에 계약을 걸게 된다. 조금만 가격이 변동해도 수익률은 크게 움직인다. 예를 들어 'E-mini S&P 500' 선물을 2338달러에 10계약 매수하고 2340달러에 매도하게되면 지수는 단 2달러 올랐지만 계약단위(50달러)가 높아 수익은 1000달러가 된다. 증권사들이 받는 거래 수수료도 일반적인 선물 계약을 기준으로 1계약당 7~8달러에 달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해외선물로 개미 꼬드기는 증권사들

단타 거래가 많다보니 수수료도 천정부지로 쌓이기 쉽다. 예를 들어 1계약당 수수료가 7달러인 선물 상품을 하루 사이 5계약씩 5번을 사고 팔았다고 하면 수수료는 약 40만원(5계약X10회X7달러)이다.

증권사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수입원인 셈이다. 다만 일반적인 선물은 계약 단위가 커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일반적인 선물 거래의 1/10 규모로 거래할 수 있는 마이크로 선물 상품을 수수료 할인 대상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이크로 선물 수수료는 일반 선물 상품과 비교해 계약당 수수료는 낮지만 거래대금 대비 수수료는 훨씬 높다.

KB증권은 지난 21일 올해 말까지 마이크 나스닥 선물 상품의 수수료를 계약당 2달러에서 0.5달러로 낮추는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KB증권측은 "오는 11월 미 대선의 영향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고객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개인들의 해외주식 거래가 많은 증권사들 모두 마이크로 선물 수수료 인하 이벤트를 펼쳤다.

해외선물옵션 시장의 진입장벽이 국내 시장에 비해 낮다는 점도 개인들을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국내 선물 옵션 거래는 증거금이 선물 1000만원, 옵션 2000만원 등으로 높다. 교육이수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외선물옵션 거래는 증거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교육이수도 필요없다.

이 때문에 해외선물을 도박판처럼 생각하고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상당수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에서 해외선물 거래를 생중계하는 방송에 실시간 시청자수가 매일밤 1만명을 웃도는 등 인기몰이중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해외선물옵션은 기관들의 헷지 수단인데 우리나라만큼 개인이 거래를 직접 나서서 하는 곳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증권사들로선 알짜 수입원이겠지만 이런 초고위험 파생상품을 하라고 부추기는데 따른 부작용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