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가 평가…"국내 3사 불확실성 해소"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22일(현지시간) 개최한 '배터리 데이' 행사와 관련해 국내 증권가에선 의미 있는 생산성 개선 계획이 공개됐지만 국내 2차전지 생산업체를 긴장시킬 만한 신기술 제시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리포트에서 "차세대 배터리 발표 등 배터리 데이 행사를 앞두고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으나 기술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위협할 내용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의 장기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으나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던 이벤트의 소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제시하기보다 기존 배터리 공정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향인 만큼 상당 부분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기술의 개선 성격이 큰 만큼 선발 배터리 업체와 자동차 업체들도 유사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산업 전반적으로 배터리 원가 하락이 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전지 수직계열화 계획으로 기술 및 수급에 대한 주도권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행사로 소멸됐다"며 "오히려 국내 전지 업체의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LG화학의 경우 전기차 전지를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으로서 중국 외 지역에서 기술 및 시장점유율을 선도하고 있음에도 테슬라의 전지 발표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아 왔다"며 "이날 행사는 LG화학의 높은 진입 장벽을 오히려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는 이 회사가 새로 개발한 배터리 기술과 생산 계획 등을 공개하는 자리로, 세계 배터리·전기차 업계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 내용이 나올지 여부를 두고 전 세계 자동차 업계와 투자자들이 주목해왔다.

테슬라는 이번 행사에서 제조공정 고도화를 통해 향후 3년 동안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고, 2022년까지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까지 3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행사 전날 공개한 트위터 글에서 한국의 LG화학, 중국의 CATL 등과 같은 협력사로부터 구매물량을 줄이지 않고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의 트윗 영향으로 22일 뉴욕 증시에서 5.60% 하락했고, 배터리 데이 행사 후 시간외 거래에서 6.84% 추가 하락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주가도 장중 약세를 보였다.

23일 오전 9시 45분 현재 LG화학(-2.50%), 삼성SDI(-2.24%)가 2%대 약세를 나타냈고, SK이노베이션은 0.66% 하락세를 보였다.

"신기술 제시 없었다"…테슬라 시간외거래서 6.8%↓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