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하반기 들어 4조 순매도
양도세 폭탄·美대선 등 불안 가중
PB들 "추천할 주식이 안보인다"
< 뒷목 잡는 증시 > 코스피지수가 22일 2.38%(56.80포인트) 내린 2332.59로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재확산한 지난달 20일(-3.66%) 후 가장 큰 낙폭이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 뒷목 잡는 증시 > 코스피지수가 22일 2.38%(56.80포인트) 내린 2332.59로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재확산한 지난달 20일(-3.66%) 후 가장 큰 낙폭이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국내 증시에 ‘단기 조정론’이 확산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들은 하반기 들어 4조원가량을 팔아치우며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그동안 급격하게 오른 주가, 연말로 다가온 ‘대주주 양도세 강화’ 공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달여를 앞둔 미국 대선도 불안심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 '단기 조정론' 확산

코스피지수는 22일 2.38% 하락한 2332.59에 마감됐다. 지난 8월 20일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개인이 1조원 가깝게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내는 물량을 받아내긴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는 이틀 새 5% 넘게 급락했다. 기관 중 투신(자산운용사)은 2015년 5월 이후 최장인 39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50위 종목 중 오른 종목은 4개밖에 없었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이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바뀌는 연말로 가면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일시적 폭락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양도세와 함께 높아진 주가 수준도 부담이다. 한 대형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단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공모주 외에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종목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불확실성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가 유동성 공급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두고 변동성지수(VIX)까지 출렁이면서 “현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억 개미' 양도세 폭탄 곧 터진다…자산운용사 39거래일째 '팔자'
“고객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상품이 뭐가 있을지 수차례 회의를 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공모주 이외에는….”

초고액자산가들을 상대하는 한 증권사 임원이 한 말이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데다 각종 변수 탓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뿐 아니라 자산운용사들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다시 한번 상승장이 올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지만 올해 말 불확실성이 증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기관들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산운용사(투신)들은 지난 7월 29일 이후 39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이 기간 순매도 금액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사모펀드까지 합치면 석 달도 채 되지 않아 4조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직접 투자가 늘면서 운용 자산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단기간에 급등한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연말을 앞두고 들고 있는 주식을 한꺼번에 내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매차익에 최고 30%(지방세 포함 33%)의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요건이 현재 주식 ‘10억원 이상’에서 내년 ‘3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증시 '단기 조정론' 확산

그간 대주주 요건이 강화될 때마다 개인들의 매도 물량이 연말에 집중됐다. 2017년 대주주 기준이 25억원에서 15억원 이상으로 낮아지자 관련 제도 시행을 앞두고 그해 12월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66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년 12월(1조4446억원)에 비해 2.5배나 많았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는 전년(1432억원)보다 10배가 넘는 1조4672억원어치 매물 폭탄이 쏟아졌다.

작년 12월에도 같은 이유로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827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9955억원어치의 개인 순매도가 발생했다. 대주주 요건이 15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아진 영향이다. 올해는 과세 기준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대주주 요건이 15억원이던 당시 양도세 납부 인원은 6000여 명이었다. 3억원으로 기준이 낮아지면 납부 인원이 6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탈출 행렬이 시작되고 있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빨리 탈출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말 증시 급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을 40일 앞두고 반복적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흐름을 보여왔다”며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증시에서 변동성을 보여주는 변동성지수(VIX)가 1992년부터 총 아홉 차례 대선에서 선거를 앞두고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성’을 거래하는 선물 상품인 VIX Futures 역시 대선을 앞두고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를 끌어올렸던 성장주가 주춤하면서 특별히 살 만한 주식이 없다는 점도 악재다. 당분간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주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 유안타증권 골드센터 강남점 PB는 “기존 추천종목들이 주춤하면서 공모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현금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금 비중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의사결정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매도물량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는 연말이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12월에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어떤 종목을 매수해도 수익을 보는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박의명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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