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주가연계증권(ELS)에서만 1조원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ELS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를 빚은 대형증권사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이 22일 내놓은 ‘2020년 상반기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현황’을 보면 증권사들은 지난 1~6월 ELS와 파생결합증권(DLS)을 포함한 파생결합상품에서 1조479억원의 손실을 냈다. ELS 손실액이 1조73억원, DLS 손실액은 407억원이었다.

손실 대부분은 증권사가 ELS 기초자산의 변동 위험을 자체적으로 헤지하기 위해 사들인 파생상품에서 나왔다. 파생상품 손실 규모는 6조5555억원에 달했다. 대형증권사들은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로스톡스50 등 ELS 기초지수가 급락하자 하루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했다. 다만 주가 하락 등으로 ELS 조기 상환 규모가 크게 감소해 손실이 줄었다. 조기 상환을 해주지 않아 증권사가 보유하게 된 금액(4조8705억원)이 발행 관련 이익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ELS 발행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상반기 ELS 발행액은 3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조원(33.6%) 줄었다. 발행액 감소는 지수형 ELS(감소율 38.3%)에서 두드러졌다. 반면 개별 주식을 편입한 종목·혼합형 ELS 발행액은 5조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 늘었다.

손실 가능 구간(녹인 배리어)이 있는 녹인형 ELS 발행액도 같은 기간 5조5000억원 줄어든 11조8000억원에 그쳤다. ELS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상반기 은행 신탁상품이 인수한 ELS 비중은 45.6%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2.6%포인트 감소했다.

증권사발(發) ELS 마진콜 사태로 기업어음(CP)과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등 단기 금융시장은 물론 외환시장도 한때 크게 출렁였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ELS 자체 헤지 규모가 컸던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6~7월 부문검사를 벌였다. 그 결과 두 회사의 ELS 헤지 운용 리스크 관리체계가 부실하고, 외화유동성 준비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두 회사가 ELS 헤지 운용 과정에서 행사가격(상환 조건) 구간과 만기 등의 쏠림 현상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했을 때 외환시장에서 외화를 자력으로 조달하지 못한 점도 문제 삼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적 운용이나 규정 위반 등은 확인되지 않아 추가적인 징계 조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