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최근 배터리 사업부 분리를 선언하자 투자은행(IB)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1위를 넘보는 대형 회사의 기업공개(IPO) 거래인 만큼 글로벌 IB들이 회사의 명예를 걸고 벌써부터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거래를 놓치면 짐을 싸야 한다”는 농담 섞인 푸념도 나온다.

"LG화학 배터리社 IPO 잡아라"…벌써부터 뜨거운 글로벌 IB들
22일 IB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는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하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의 IPO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LG화학이 분할 기일을 오는 12월로 정한 만큼 공식적인 상장 절차는 내년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워낙 인지도가 높은 거래여서 LG 측이 미리 자문사를 정하고 일정을 서두를 것으로 IB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LG화학 측이 한국과 미국 동시 상장 가능성을 묻는 애널리스트들의 말에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해외파 IB들은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한 글로벌 IB 관계자는 “IPO 일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사전 접촉이 필요한 만큼 대형 IB를 중심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분사설이 돌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LG화학 측과 접촉해 눈도장을 찍은 곳이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B 두 곳이 배터리사업부의 기업가치가 약 27조~30조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LG화학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측이 콘퍼런스콜에서 한국과 미국에 동시 상장한 LG디스플레이 사례를 언급한 만큼 글로벌 IB로서는 더욱 놓칠 수 없는 딜이 됐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에도 전기차 회사들은 여럿 상장돼 있지만 배터리 회사는 거의 없는 데다 현지에서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 특화한 펀드들이 배터리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커 수급 측면에서 미국이 유리할 수도 있다”며 “LG화학으로서도 고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LG 계열사들은 주요 인수합병(M&A)이나 매각 작업에서 특정 IB를 선호하지는 않았다. 그룹 최대 규모 M&A 거래였던 ZKW 인수에선 JP모간이 참여했고, CJ헬로비전 인수는 모건스탠리가 자문을 맡았다. 지난해부터 숨가쁘게 이뤄진 구조조정 딜에서도 여러 IB가 골고루 참여했다. 최근 LG화학의 1조원대 규모 거래였던 중국 편광판 사업 매각 작업은 HSBC증권이 맡았다.

법률자문 업무는 일찌감치 법무법인 광장이 따내 경쟁이 싱겁게 끝났다. 로펌업계에선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을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태평양에 일부 맡기면서 광장이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 LG그룹 지주사 전환과 LG하우시스 인적분할을 전담했던 광장이 이번에도 경쟁사들을 제쳤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