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배당주의 계절’로 불린다.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사자’ 주문이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말 배당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당금의 재원이 되는 이익이 급감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배당액 컨센서스 11%↓

하나금융투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연말로 갈수록 유가증권시장 예상 배당액이 감소하고 있다. 연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현금배당액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은 31조5814억원이었다. 하지만 18일 기준 28조2111억원까지 떨어졌다. 이 속도라면 올해 현금 배당액이 28조원 밑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순이익이 작년에 비해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말에 실적이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화학, 철강, 자동차 등 경기민감주의 실적 악화가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연 0.5%)가 전통적 배당주인 은행들의 배당여력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연말 실적을 예상할 수 없고 세계적인 제로금리로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도 배당주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연구원은 “지금은 배당주 자체가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연말은 배당주 흥행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정유주 직격탄

화학과 정유주를 중심으로 배당금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000원이었던 주당배당금이 올해 912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은 200원에서 68원, 롯데케미칼은 6700원에서 3515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당기순손실이 1조7561억원으로 작년(357억원 순손실)보다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작년 65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올해는 7094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은행들의 배당금도 일제히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은 작년 2210원이었던 주당배당금을 올해는 2085원으로 줄일 전망이다. 신한지주는 1850원에서 1691원, 우리금융지주는 700원에서 561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지주도 2100원에서 2006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는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반등을 내심 기대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당금 증가 우려, 각종 규제 이슈 등이 반등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사들이 작년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배당성향을 낮추면 현금 배당액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원은 “기업들이 배당성향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올해는 배당금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가온 '배당주 계절'…기업 이익 줄어 '찬바람'

배당주펀드 올해만 2.5조 순유출

배당주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배당주펀드에서는 연초 이후 2조4569억원이 순유출됐다. 최근 한 달 사이엔 6395억원이 빠져나갔다. 배당주의 계절에도 유출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올해 자금이 가장 많이 유출된 개별펀드도 배당주펀드에서 나왔다. 연초 이후 신영밸류고배당펀드에서 3481억원이 순유출됐다.

배당주 펀드 전체 설정액도 이달 말 9조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기준 설정액은 10조3301억원이다. 수익률 부진도 주원인으로 꼽힌다. 배당주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이 1.61%에 그치고 있다. 대신 공모주 열풍을 탈 수 있는 코스닥벤처펀드, 공모주펀드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공모주펀드에는 올해 9602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벤처펀드에는 2708억원, 하이일드펀드에는 3495억원이 들어왔다. 세 펀드는 공모주 물량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됐다. 공모주 투자열풍의 혜택을 봤다는 분석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