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얻은 범죄수익을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해 환수하는 방안이 관계기관 간 전격 합의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관 간 이견에 차일피일 미뤄졌던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제화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주가조작으로 번 돈, 과징금 물려 환수한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검찰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권한을 금융위에 부여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불공정거래 행위는 크게 시세 조종(주가 조작),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등으로 나뉜다. 자본시장법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형(과태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징금 등 행정 제재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

금융위는 수년 전부터 형사처벌 대상인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 제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불공정거래 행위 사건은 재판 등 형사처벌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통상 2~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신속한 범죄이익 환수는 물론 시장 질서 확립과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금융당국이 먼저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조사해 사실관계를 가려낸 뒤 신속하게 과징금 제재를 내리면 이런 문제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금융위는 2015년부터 불공정거래보다 위법성은 낮지만 시장거래 질서를 교란한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공개정보를 건네받아 부당이득을 취하거나 호가를 대량 제출 후 반복 정정·취소하는 시세교란 행위 등이 대상이다.

그러나 과징금 제재를 불공정거래 행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은 검찰의 반대로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검찰은 사법기관의 수사 등 형사처벌 절차가 마무리되기 이전에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하는 걸 마뜩잖게 여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와 검찰은 부당이득 산정기준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놓고도 충돌했다. 검찰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부당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는 기준이 없어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늘자 법제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진전이 없었다.

그러자 기관 간 이견에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를 위한 논의가 진척이 없다는 비판(본지 5월 12일자 A29면 참조)이 제기됐다. 결국 양 기관은 한 발짝씩 물러나면서 타협점을 찾았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이런 합의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의 과징금 부과 시점은 검찰로부터 혐의자에 대한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로 명시했다. 다만 검찰 수사가 1년 이상으로 길어지거나 검찰과 사전협의를 거친 뒤에는 언제라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야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라면서도 “수사가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바로 과징금을 부과할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게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검찰이 추진하고 있는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제화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자동으로 폐기된 부당이득 산정기준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난 6월 재발의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