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지급하는 펀드 관리보수 기준을 전격 변경해 파장이 일고 있다. 동일한 투자에 복수의 펀드가 투입되더라도 관리보수 기준은 한 개 펀드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兆) 단위 대형 거래는 해외 PEF의 독무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공단 자금을 받아 블라인드펀드(투자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펀드)를 결성하고 있는 PEF 운용사들에 “병행투자 형식의 프로젝트펀드에는 관리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정관을 발송하기 시작했다.

통상 5000억원 이상 자금이 투입되는 대형 거래는 PEF 운용사가 기존에 조성한 블라인드펀드 자금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 블라인드펀드는 대개 거래 건당 펀드 자금의 20% 이하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 딜에 참여하는 운용사는 별도의 프로젝트펀드를 꾸려 필요한 자금을 채운다. 거래 하나에 펀드 두 개가 동원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두 펀드에 각각 관리보수를 지급해 왔지만 앞으로는 추가되는 프로젝트펀드 몫으로는 보수를 주지 않기로 했다. 국내 인수합병(M&A) 업계에서 통용되는 관리보수는 자산의 0.5~2% 수준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출자자가 펀드 운용사에 지급하는 관리보수는 자산의 1.5~2.3% 수준이 일반적”이라며 “가뜩이나 보수 수준이 낮은데 추가 펀드에는 관리보수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반발했다. 국민연금은 “블라인드펀드에 먼저 출자한 것에 추가로 증액하는 것인 만큼 별도의 관리보수를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형 PEF 관계자는 “실력이 검증된 대형 운용사는 굳이 낮은 보수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연금 자금을 받을 필요가 없어지는 반면 운용 경력을 쌓아야 하는 신생 PEF는 적극적으로 달려들 것”이라며 “투자 성과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거래의 경우 토종 PEF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글로벌 운용사들이 더욱 활개를 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리안/차준호/황정환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