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IMF 아태 담당 국장
한국의 재정건전성 문제 제기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16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온라인(비대면)으로 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환경 변화와 금융의 역할’ 콘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16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온라인(비대면)으로 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환경 변화와 금융의 역할’ 콘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사진)이 16일 “현재 수준의 복지를 유지만 해도 2050년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이 100%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채무비율이 40%로 낮아 재정 지출을 팍팍 확대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이 국장은 이날 자본시장연구원이 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환경 변화와 금융의 역할’ 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지출 확대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단기적·일시적 처방에 그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 구조적으로 재정적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쓰이고 있는 것은 우려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한국의 GDP 대비 채무비율은 40.4%에 불과해 재정 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경제 회복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3분기 미국과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중국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며 “다음달 IMF가 내놓는 미국·유럽·중국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공공일자리 한 번 늘리면 줄일 수 없어…재정적자 키워"
자본硏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환경 변화' 세미나
“지금 주식 등 자산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가 커진 건 조만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입니다. 만약 백신 개발이 늦어지면 시장이 실망하면서 가격이 크게 조정될 수 있습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16일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원 23주년을 맞아 온라인(비대면)으로 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환경 변화와 금융의 역할’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과잉 유동성 현상에 대해 이런 진단을 내렸다.
美·中·EU 성장률 전망 상향 가능성
이 국장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013년부터 IMF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 대한 경제분석과 금융지원 등 실무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창용 "국가 채무비율 40%로 낮으니 팍팍 써도 된다는 건 무책임"

IMF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지난 7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9%로 4월 대비 1.9%포인트 더 낮췄다. 미국·유럽·중국·한국 등 주요국 전망치도 대거 하향 조정했다. 이 국장은 “3분기 들어 미국과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중국도 회복 속도가 빨라 확실히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며 “다음달 IMF가 내놓는 미국·유럽·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시아·남미 등 신흥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면서 경제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초기에 강력한 격리정책으로 다른 지역보다 피해가 작았지만 수출과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향후 경제 회복 속도는 느릴 것이란 게 이 국장 견해다. 이 국장은 한국에 대해선 “최근 코로나19가 2차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기축통화가 있는 선진국 대비 정책 수단이 취약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에 국채 직접매입 등 더 과감한 정책을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등 자산시장과 실물부문 간 괴리가 확대된 데 따른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도 언급했다. 이 국장은 “각국이 금리를 낮추는 등 돈을 대거 풀면서 자산가격이 실제 가치 대비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자율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자본이득이 추가로 생기지 않으면 은행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은행권 역시 레버리지론, 하이일드 채권 등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면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공 일자리·복지 지출 신중해야”
이런 금융시장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이자율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이자율을 섣불리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자산시장이 경착륙하지 않도록 각국 재정·통화당국이 거시경제 정책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등 신흥국 중앙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일드커브 컨트롤(중장기 채권 금리 통제), 외환시장 개입 등을 꼽았다. 이어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엔 마이너스 금리나 국채 직접 매입보단 가격 메커니즘을 활용한 일드커브 컨트롤이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이 국장은 “코로나19 2차 확산에 따른 추가 재정지출 확대는 분명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지출 확대는 단기적·일시적 처방에 그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한국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쪽으로 재정정책을 펴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렇게 한번 늘어난 일자리는 다시 줄어들지 않아 재정적자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한국의 낮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약 40%)을 근거로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국장은 “현재 수준의 복지제도를 유지해도 2050년이면 국가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서게 된다”며 “지금 40%밖에 안 되니 더 써도 좋다는 건 무책임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어차피 증세를 피할 순 없기에 복지와 증세 간 타협점을 어느 수준에서 찾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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