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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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광고대행업은 에코마케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이 나온다. 과거엔 ‘좋은 광고’만 제작해줬다. 광고가 실제 매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광고주의 대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는 게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에코마케팅 창업주 김철웅 사장은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매출 성장의 수단인 광고를 일종의 예술 행위로 여긴다는 건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처음 선보인 게 데이터 분석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광고주의 매출 극대화’라는 목표 아래 마케팅을 지원하고, 광고 성과를 기반으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매년 두 배 가까이 성장 중인 에코마케팅은 광고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영업도 일절 하지 않는데, 광고주들이 줄을 선다. 직원들은 평균 26세로 젊은데, 실력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핀테크 창업 후 광고 직접 나선 이유

김 사장은 광고에는 문외한이었다. 금융인 출신이다. 199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인터넷 뱅킹을 기획하는 업무를 맡았다. 인터넷 뱅킹 사이트를 구축하고 준비하는 실무까지 담당했다. 닷컴 열풍이 불던 2000년 은행을 나왔다. 무엇보다 인터넷 대출 사업에 확신이 있었다. 사람들이 대출 받으러 은행에 가길 꺼리는 이유가 비싼 대출 이자 때문이 아니라 대출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봤다. 시행착오를 겪은 뒤 스스로 창업을 결심했다. 2003년 문을 연 회사가 에코마케팅이다.

에코마케팅은 원래 인터넷 대출 솔루션을 공급하는 핀테크 기업이었다. 은행 등 금융회사에 솔루션을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시작일 뿐이었다. 직접 인터넷 대출을 활성화해야 돈을 벌 수 있었다. 인터넷 대출 성과에 연동돼 수수료를 받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거액을 들여 대대적으로 인터넷 대출 광고를 하기로 했다. 애가 탔다. 광고가 망하면 회사도 망한다는 건 자명했다. 생사의 기로에서 만난 광고대행사들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모두 ‘좋은 광고’만 얘기할 뿐 광고 성과는 ‘신의 영역’이라고 했다. ‘회사의 흥망을 운에 맡긴다니.’ 인정할 수 없었다. 광고 마케팅도 직접 하기로 했다. 광고업계의 ‘불편한 진실’은 그에게 기회였다.

나쁜 영업 vs 좋은 영업

에코마케팅은 2010년까지만 해도 광고업계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광고대행사라기보단 금융 전문 컨설팅사에 가까웠다. 주고객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였다. 인터넷 대출 솔루션을 공급해주면서 광고 마케팅을 병행했다. 러시앤캐시, 리드코프, 웰컴크레디트 등 대부업체와 전국 수많은 저축은행에 인터넷 대출 시스템을 깔아주고 마케팅을 지원하면서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금융업에만 올인하는 건 위험했다.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모바일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온라인 쇼핑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 사장은 광고주를 만나자마자 매출 목표를 논의했다. 김 사장은 목표 매출에 미달하면 에코마케팅이 책임을 지고, 목표를 넘으면 인센티브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광고주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당시에도 광고의 매출 효과를 얘기하는 대행사는 없었다. 온라인 광고는 모든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광고주만 몰랐다. 김 사장은 “광고 성과를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도록 광고주의 홈페이지 등을 바꾸는 밑작업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코마케팅에는 창업 때부터 영업사원이 없었다.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광고주 대상 영업을 금지했다. 기존 광고주의 매출 확대를 도운 뒤 광고비 지출 확대를 유도하는 식으로 성장한다. 기존 광고주는 새로운 광고주를 소개해준다. 김 사장은 “1000만원짜리 광고주 100곳을 대상으로 영업해봐야 결국 50곳밖에 안 남고 광고주, 대행사 모두 손실을 보는 구조에 놓인다”며 “가장 쉽고 좋은 영업은 1000만원짜리 광고주를 10억원 쓰게 하는 업세일즈(up sales) 방식”이라고 말했다. 에코마케팅은 지난 3년 동안 광고주 숫자가 3분의 1로 줄었는데, 광고주의 광고비 지출은 평균 여섯 배 늘었다.

신입사원 춤추게 하는 CEO

김 사장은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혁신의 최대 방해물로 여긴다. 이를 경계하기 위한 그만의 독특한 인사 원칙이 있다. 신입사원만 뽑는다는 것이다. 경력직은 뽑지 않는다. 김 사장은 “대형 광고대행사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은 성과의 토대가 될 수 있지만 혁신 관점에서 보면 큰 장애물이 된다”며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온라인, 소셜미디어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기존에 알고 있었던 선입견을 버려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경력직을 뽑지 않는 대신 신입사원 교육에 총력을 기울인다. 직원의 역량이 광고주보다 떨어지면 천덕꾸러기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직원들의 역량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보상 방식이 남다르다. 김 사장은 에코마케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2016년부터 매년 두 차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현재까지 200여 명의 임직원에게 무상증여한 주식은 231만 주(7.1%)에 이른다. 시가 700억원이 넘는 규모다. 김 사장은 “직원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월급)을 교환하는 걸로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미래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일했으면 한다”며 “회사에 청춘을 바치는 직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연차가 낮아도 누구나 팀장이 될 수 있다. 다만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전 임직원이 모여 발표회를 연다. 각자 연구한 주제 및 성공 사례를 공유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이다. 훌륭하게 발표한 직원에게 박수를 치고 팀장 직책을 맡긴다. 김 사장은 ‘아우토반 원칙’을 강조한다. “독일 아우토반에선 앞차가 빠르게 달려오는 뒤차를 막으면 막대한 벌금을 냅니다. 그래서 사고도 덜 납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예요. 5년 전 입사한 직원이 신입사원보다 아이디어가 없으면 비켜줘야 합니다. 누구든 앞으로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혁신의 길이 열립니다.”

■ 김철웅 사장

△1967년 서울 출생
△1994년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1998년 호주 시드니대 졸업(마케팅 석사)
△1994~2000년 신한은행 마케팅팀
△2000~2001년 팍스넷 마케팅 이사
△2002년 포이시스 마케팅 이사
△2003년 에코마케팅 창업
△2003년~현재 에코마케팅 대표이사 사장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