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화그룹이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 투자로 1년6개월 만에 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면서 그룹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이를 계기로 증권가에서는 지분 투자에 성공한 업체를 찾기에 분주하다. 선제적으로 투자할 경우 수익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SK텔레콤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이 국내외에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업 가치가 재평가돼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화만 니콜라 대박?…SK텔 해외투자 기업도 잘나간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9일(현지시간) 나녹스(NNOX)는 7.76% 오른 44.02달러에 마감했다. 나녹스는 SK텔레콤이 270억원을 투자해 지분 5.8%를 확보한 의료영상기기 업체다. 지난 8월 21일(공모가 18달러)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144.5% 올랐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나녹스와 협력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클라우드·5세대(5G) 기반 의료기기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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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약 700억원을 투자해 1대 주주(지분율 68.1%)로 있는 IDQ도 주목받고 있다. IDQ는 2001년 스위스에 설립된 양자암호 전문 기업이다. 5G 상용화로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IDQ 매출은 2018년 15.5%, 2019년 18.1% 증가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535억원을 들여 인수한 디지털 광고기업 인크로스(지분율 34.6%)도 올해만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다. 김 연구원은 “나녹스, IDQ, 인크로스 등 작지만 알찬 투자 기업들의 가치를 반영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을 이제는 통신사로만 봐선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안,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면모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한 것도 ICT를 강화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미디어 역량도 키웠다. 2014년 인수한 드림어스컴퍼니(옛 아이리버)는 한류 콘텐츠를 담당한다.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과 제휴해 음원을 유통한다. 방탄소년단(BTS) 음원도 유통해 BTS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증권업계는 SK텔레콤의 비(非)통신 매출 비중이 2010년 19.4%에서 작년 말 35.7%까지 확대됐다는 점에 특히 주목한다.

10일 SK텔레콤은 0.84% 오른 24만원에 마감했다. 올해 최저점인 3월 23일(16만5500원) 대비 45% 상승했다. 지난 9일 기준 증권사들의 SK텔레콤 평균 목표주가는 31만3095원으로 집계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