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디지털 뉴딜 관련주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형 뉴딜사업이 증시를 주도하는 핵심 테마로 떠오른 후 관련 테마주로만 묶이면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 수혜 여부가 불분명한 종목까지 관련주로 묶이면서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요동치는 그린뉴딜株…곳곳서 '과열 경보음'

롤러코스터 탄 그린뉴딜주

STX중공업은 10일 4.39% 떨어진 4905원에 거래를 마쳤다. STX중공업은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2000원 초반대에 머물렀다. 8월 말부터 그린뉴딜 수혜주로 묶이며 지난 9일 장중 6590원까지 치솟는 등 세 배 넘게 폭등했다. 하지만 9일 하루 동안 20% 넘게 요동치던 주가는 결국 10.62% 급락한 채 거래를 끝냈다.

STX중공업이 뉴딜 수혜주로 묶인 근거는 자회사 ‘STX 윈드파워’가 풍력발전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총자산이 2400만원에 불과하고 이익도 없다. 수혜 기대감 외에 실질적인 사업 내용은 없다는 지적이다.

그린뉴딜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과열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효성화학(34.31%), 한화솔루션(34.12%), 효성첨단소재(20.22%) 등이 그린뉴딜의 대표 수혜주로 떠오르며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테마주가 단기간에 올랐다가 정책 효과가 빠지면서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한 사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정부에서도 녹색·통일 정책을 내놓고 정책 수혜주를 만들었지만 결국 단기간에 오른 주가는 모두 제자리를 찾아갔다”며 “관련주가 무차별적으로 묶이고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들불처럼 옮겨가는 뉴딜 테마주

정부가 뉴딜정책을 발표한 건 지난 7월 14일이다.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58조2000억원), 그린뉴딜(73조4000억원), 안전망 강화(28조4000억원) 등 총 160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올해는 착수기로, 내년부터 투자 대상 등이 정해진다. 이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드러나진 않았다.

정부 발표가 나온 지 2개월 가까이 됐음에도 갑자기 뉴딜정책 수혜주로 떠오르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최근엔 뉴딜정책 테마 흐름을 타고 순환매가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LS, 삼성SDS 등 디지털 뉴딜 관련주가 별다른 호재 없이 관련주로 묶이며 상승세를 보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10일에도 깜짝 뉴딜 수혜주가 나타났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유니크와 동아화성이 각각 21.82%, 21.51% 급등했다. 수소차 관련주다. 유니크와 동아화성은 8월 초부터 지난 9일까지 각각 6.94%, 7.77% 오르는 데 그쳤지만 이날 갑자기 올랐다.

두 종목 모두 시장에는 이미 수소차 관련주로 알려져 있었다. 유니크는 수소차 핵심부품인 수소 제어모듈을 제조해 현대차에 공급하고 있다. 다만 매출 중 대부분은 아직까지 자동차용 밸브에서 나온다. 동아화성도 수소차의 흡기·배기 호스를 현대차에 공급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크지 않다.

뉴딜 펀드 효과는 먼 이야기

뉴딜 관련주를 달구는 또 다른 동력인 정부의 뉴딜 펀드 계획도 아직까진 구체화되지 않았다.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가 모펀드를 만들고, 운용사들이 자펀드를 맡는 식이다. 자펀드 운용사 모집 등의 본격적인 절차는 내년 1월 시작된다.

빨라야 내년 2분기부터 투자가 가능하단 얘기다. 관련 종목들이 뉴딜정책 효과를 그때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는 지적이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펀드가 출범하는 시기가 2022년 3월로 예정된 20대 대선을 1년도 안 남긴 시점이란 점도 불확실성 요인이다. 정권마다 등장했던 정책 펀드들은 정권이 바뀌면 퇴출됐기 때문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