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주가는 실적에 따라 정직하게 움직인다. 2008년 2분기가 대표적이다. 당시의 주역은 휴대폰이었다. 초콜릿폰 등 피처폰이 줄줄이 흥행했다. 지금은 적자를 내고 있는 MC사업본부 분기 영업이익이 5411억원에 달했다. 2008년 5월 15일 주가는 사상 최고가인 16만4000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던 2018년 1분기도 마찬가지다. 가전과 TV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를 넘어섰고, 주가는 11만4500원을 찍었다.

LG전자가 또 한 번 주가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역대 3분기 중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전장사업 기대…'상승 사이클' 탄 LG전자

가전 이익 창출 극대화

LG전자는 10일 3.33% 오른 9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고가다. 이달 들어 약 9% 올랐다. 기관과 외국인이 LG전자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달 들어 미래에셋대우 삼성 DB금융 유진 KB 키움 등 6개 증권사가 LG전자 목표 주가를 10만5000~11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LG전자가 3분기 컨센서스(시장 추정치·6788억원)를 웃도는 993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이 실현되면 역대 3분기 중 최대 규모다.

최근 LG전자는 ‘비대면 수혜주’로 변신했다. 가전제품은 대표적인 소비재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아니었다. ‘집콕’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가전제품과 TV 교체 수요가 오히려 늘어났다. ‘바이러스의 시대’에 살균 기능을 적용한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건강 관리 가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대면 마케팅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은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월풀 등 글로벌 경쟁사가 아직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데서 오는 반사이익도 있었다. 시장에서는 “가전 사업의 이익창출 능력이 극대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자폭 줄이는 스마트폰

과거의 악재는 호재가 돼 돌아왔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이 뒤늦게 가동을 시작하면서 OLED TV 판매량은 상반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30만 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새롭게 출시한 소형 제품인 48인치 OLED TV는 게임용 디스플레이로 인기를 끌면서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됐다. 이 제품은 77인치 패널을 생산하고 남은 패널로 제조하는 제품으로, 원가 절감 효과가 크다.

적자를 내고 있는 스마트폰과 자동차부품 사업도 적자폭을 줄였다. 스마트폰은 북미 지역에서 보급형 모델인 K 시리즈가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데다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 반사효과도 기대된다. 전장(전자부품) 사업도 2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조업에 차질을 빚었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조업을 재개하고 있어서다.

전장사업 턴어라운드도 기대

내년 또 한 번 주가 상승의 기회가 남아 있다. VS(전장)사업본부의 흑자 전환 가능성이다. LG그룹의 오랜 고객사인 GM은 지난 9일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2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수소차로의 전환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의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GM을 전략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LG전자는 전기차 부품 주문이 증가하면서 내년 전장부품 수주잔액이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2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전자처럼 업황이 회복됐을 때 시장 컨센서스보다 실적 개선폭이 가파른 기업이 주가 상승률도 높다”며 “LG화학 배터리 사업이 흑자 전환했을 때처럼 내년 전장사업 흑자 전환이 주가 상승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