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영향으로 상승세가 꺾인 국내 증시에서 효성 그룹주가 일제히 두각을 나타냈다. 마스크부터 수소, 풍력, 디지털 뉴딜까지 최근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모든 재료를 계열사가 고루 확보하고 있는 덕에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락장 버텨낸 성장성

"뉴딜 최대 수혜"…효성그룹 시총 6개월새 2배로
9일 효성그룹 관련주 10개 종목 가운데 6개 종목의 주가가 올랐다. 7.89% 급등한 효성화학을 비롯해 시가총액 규모가 큰 효성(2.20%), 효성ITX(3.68%), 효성중공업(0.62%), 효성첨단소재(0.33%) 등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09% 하락했지만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이달 들어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효성이 각각 48.30%, 23.74%, 17.91% 급등하는 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 폭락장(3월 19일) 당시 2조2993억원까지 주저앉았던 효성그룹 전체 시총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2배 넘게 뛰었다.

섬유사업이 모태인 효성그룹의 출발은 나일론 원사를 만드는 동양나이론이다. ‘섬유산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를 제조하는 효성티앤씨의 전신이다. 효성그룹 시총이 정점을 찍었던 것도 효성티앤씨 주가가 30만원에 달한 2018년이었다. 당시 그룹 시총은 6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효성티앤씨가 끝없는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그룹 시총이 쪼그라들었다. 지난 3월에는 효성티앤씨가 7만원대로 급락하면서 그룹 시총도 2조원까지 떨어졌다.

호재 투성인 효성?

새로운 먹거리가 반전을 만들었다.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가 수소 관련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다. 효성중공업은 수소충전소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전력사업과 건설사업을 해온 노하우 덕이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부문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독일의 린데그룹과 손잡고 수소충전소를 건립하기로 했다. 또한 효성화학에서 생산하는 부생수소를 액화해 부피를 줄인 뒤 수소충전소에 공급·판매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전망이 밝은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뛰어들었다.

국내 유일의 탄소섬유 제조업체인 효성첨단소재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탄소섬유는 수소경제뿐 아니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대체재로 쓰일 수 있어 성장성이 높다”며 8일 목표주가를 18만9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효성의 주가 역시 덩달아 급등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 주가는 올해 예상 실적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 수준”이라며 “그린 뉴딜 정책 본격화로 자회사들의 수소사업 성장성 등이 가시화할 경우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날 교보증권은 효성ITX에 대해 ‘언택트·디지털 뉴딜·클라우드, 수혜만 대체 몇 개야!’라는 보고서를 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국판 뉴딜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십 사업을 효성ITX가 수주하면서 디지털 뉴딜에 대한 수혜가 전망되는 등 내년에도 견조한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적자 회사도 반전 노린다

3분기 실적 전망이 밝은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등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주가가 급등한 효성화학은 지난 2분기 4억원까지 급감했던 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에는 31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 분기에 발생했던 일회성 비용이 제거되고, 전방 수요 개선으로 폴리프로필렌(PP) 플랜트 가동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의류 소비가 줄면서 2분기 적자전환했던 효성티앤씨가 3분기 3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