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증시의 ‘큰손’이 된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1300만 명의 ‘로빈후드 트레이더’가 주식 열풍을 이끌고 있다. 2030이 주축인 로빈후드 투자자들은 ‘동학개미’들과는 약간 다른 투자패턴을 보였다. 코로나19 수혜주인 비대면주보다 포드, 디즈니 등 익숙한 종목을 사들인 게 눈에 띈다.

포드·GE·디즈니 선호

미국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는 하루 단위로 사용자 보유 상위 종목을 집계해 공개한다. 이용자 평균연령이 31세여서 보유 상위 종목은 미국 젊은 투자자들의 성향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지난 주말 로빈후드가 공개한 보유 상위 종목 1, 2위는 일반적 예상과 비슷했다. 올해 미국 상승장을 이끈 애플과 테슬라였다.

3위부터는 예상과 달랐다. 미국판 개미는 포드를 선택했다. 4위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었다. 두 종목 모두 과거 미국을 대표했지만 지금은 시장에서 외면받는 ‘왕년주’다. 5~10위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디즈니, 델타 에어라인스, 아마존, 카니발 순으로 나타났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미국인들은 주가가 폭락한 종목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에도 많이 하락한 종목을 사야 돈을 벌었기 때문에 낙폭과대주를 살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 2030 개미들, 기술株만큼 '왕년株'도 담은 까닭

“기술주 적은 것은 의외”

증권업계는 한국과 미국 개인 투자자의 차이는 성장주에 대한 선호에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 주요 성장주로 꼽히는 알파벳(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이 상위 20개 목록에 없기 때문이다. 모더나(19위)를 제외하고 바이오주도 없다.

대신 소비자에게 친숙한 낙폭과대주가 상위권에 있다는 분석이다. 포드는 코로나19로 자동차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해 주가가 26.7% 하락했다. 포드와 함께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불렸던 GE도 주가가 46.1% 떨어졌다. 미국 개미의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여행주를 산 미국 개미들도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스는 올해 주가 하락률이 53.1%다. 같은 기간 델타 에어라인스도 46.2% 떨어졌다. 특히 보유종목 10, 15위에 오른 크루즈주 카니발과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라인은 하락률이 각각 63.9%, 68.7%에 달한다.

대마초·액션캠 종목도 투자

젊은 감성의 종목도 있었다. 보유종목 상위 12위에 오른 오로라 캐나비스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2위 마리화나 생산업체다. 오는 11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11위에 오른 고프로는 액션캠 제조사다. 2030이 여행 장면을 인터넷에 포스팅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인기를 끄는 종목이다.

로빈후드 투자자들은 수소차 테마주에도 투자했다. 13위에 오른 수소연료전지업체 플러그파워가 대표적이다. 수소차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올해만 263.0% 급등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판 테슬라’ 니오도 17위를 기록했다. 올해 수익률이 383.0%에 달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