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노트북 테마’가 뜨고 있다. 새 학기를 맞은 미국에서 노트북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PC 제조사인 델은 2일(현지시간) 3.2% 오른 68.47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한 달 주가 상승률은 14.4%에 이른다. AMD(16.5%), 마이크로소프트(13.0%), 휴렛팩커드(12.9%), 인텔(9.5%), 시게이트(7.5%) 등도 한 달 상승률이 높은 편이다.

이들 종목은 요즘 노트북 테마로 꼽힌다. 노트북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는 덕분이다. 9월은 미국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즌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온라인 개학을 한 곳이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플로리다, 텍사스, 뉴저지, 미주리, 네바다, 앨라배마 등 미국 전역에서 수만 명의 학생이 노트북을 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학부모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제재도 노트북 생산에 차질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트북 판매 호조가 이어지면서 노트북 제조사·부품사의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서도 코로나19 영향에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만·일본의 부품 업체들도 대규모 부품 출하를 전망하고 있어 노트북 관련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노트북 제조사 중에선 델이 휴렛팩커드보다 투자 매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휴렛팩커드는 프린터 사업 비중이 큰데 재택근무로 기업들이 프린터 구입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델은 보유하고 있는 WM웨어 지분 가치에 따라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델이 33.2% 오르는 동안 휴렛팩커드가 3.5% 하락한 것도 이런 차이 때문이란 설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