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두 달 새 급등세를 타면서 시가총액 4조원을 회복했다. 탈(脫)원전 피해주에서 소형 원자로사업 수혜주로 탈바꿈하면서 연기금까지 연일 두산중공업 주식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은 1일 장중 2018년 5월 28일 이후 최고가(1만6800원)를 경신했다가 하락 전환하면서 0.93% 내린 1만5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20%대 급등한 뒤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두 달 새 330%가량 급등했다. 연기금은 이날까지 17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두 달 동안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는 575억원에 이른다.
"미운 오리서 팔색조로"…두산重에 꽂힌 연기금

리스크 대신 신사업 조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산중공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불확실성 그 자체였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발전 사업이 쪼그라든 데다 석탄발전산업의 수요 위축도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 게다가 두산건설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지원 부담, 밥캣 인수를 위한 차입금 동원의 후유증 등 재무 위험(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하지만 이런 위험 요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연기금의 매수세까지 유입됐다는 평가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단의 3조원 추가 지원과 수출입은행의 리파이낸싱에 힘입어 당장 올해 도래하는 회사채 만기 6조원의 위기는 넘길 수 있게 됐다”며 “여기에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 및 보유 자산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투자자로서는 두산중공업의 부도 가능성이 제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전과 석탄발전 사업 축소의 공백을 메워줄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해상풍력발전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해상풍력을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방안을 추진하는 만큼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 발전기 제조사인 두산중공업의 수혜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서남권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위한 시범단지에 3㎿급 풍력발전기 20기를 공급한 경력이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도 추가 성장 기대를 높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30일 SMR 제조사인 뉴스케일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중공업은 뉴스케일이 추후 SMR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원자로 모듈 등 기자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뉴스케일에 약 520억원을 투자했다. 뉴스케일 투자사 가운데 기자재 제조업체는 두산중공업이 유일하다. 최 연구원은 “SMR은 핵잠수함이나 항공모함에 설치되던 소형 원자로가 원형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도 2011년부터 한국형 SMR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금의 주가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넘어 SMR이 전력 발전 및 공급의 모습을 뒤바꿀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공모 증자 가능성 경고

하지만 단기 주가 상승폭이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적은 큰 폭으로 후퇴했는데 주가는 2017~2018년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현 주가 수준은 재무구조 개선이나 사업 내용의 정상화를 넘어 추가적인 성장 기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시장 일각에선 두산중공업의 공모 유상증자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행해 자본금을 확충하는 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 신용평가업체 관계자는 “신사업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두산중공업은 상반기에만 당기순손실 6231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이 292%에 달하는 기업”이라며 “오히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높게 형성된 지금이 유상증자에 나서기 적합한 시기”라고 경고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