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회사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개인의 공모주 투자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추첨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당국, 공모주 추첨제 도입 추진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공모주 배정과 관련해 증권업계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개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공모주 배정은 금융투자협회의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업계 자율로 이뤄지고 있다.

인수업무 규정은 IPO를 통해 새로 모집하는 공모 물량 중 최소 20%를 개인에게 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개인에게 배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따로 없다. 증권사들은 일반적으로 청약증거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공모주 배정이 지나치게 ‘머니게임’으로 흘렀다는 게 금융위 시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청약증거금을 많이 낸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현행 방식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상장한 SK바이오팜은 9593억원 공모에 청약증거금 31조원(경쟁률 323 대 1)이 몰렸다. 개인들이 최대한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대출 등으로 증거금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하면서 시중 자금흐름에 쏠림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복수계좌 청약 금지와 추첨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여유자금이 많은 자산가가 여러 증권사 계좌에 동시에 청약을 넣어 공모주를 싹쓸이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홍콩은 소액청약자 대상 공모물량을 따로 빼놓고 추첨배정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추첨제 방식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역(逆)차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의 수요와 공급을 ‘돈’이 아니라 ‘운’에 맡기는 건 불합리한 처사라고 볼 고객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