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증시를 묘사하는 단어는 ‘V자 반등’이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증시가 대부분 빠른 시간에 코로나19 이전 전고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K자 반등론’이 힘을 얻고 있다. 바이오, 인터넷 등 일부 섹터는 주가와 실적 모두 가파르게 오르지만, 나머지 업종은 회복세가 꺾이면서 K자 그래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V자 반등?…업종별로 보면 완연한 'K자 반등'

업종별 양극화 확대

K자 반등을 만들어 낸 것은 업종별 주가 차별화다. 지난 3월 19일 코스피지수가 올해 최저점(1457.64)을 찍은 이후 모든 업종이 반등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업종 간 차별화가 나타났다.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등 새로운 성장 업종인 BBIG는 계속 상승했지만 일부 제조업 금융업 등 전통산업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5월을 기점으로 위아래로 선이 나뉘는 K자 반등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KRX지수를 보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KRX지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업종지수다. KRX헬스케어는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올해 상승률이 63.8%에 달했다. KRX미디어&엔터테인먼트도 67.7% 올랐다. 이들 지수에는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의 종목이 편입돼 있다. 2차전지업체가 포함된 KRX에너지화학도 34.8% 올랐다.

반면 KRX은행은 -22.8%, KRX보험은 -13.6%를 기록했다. 지수가 전고점을 넘어선 상황에도 마이너스를 못 벗어난 것이다. 한국전력이 편입된 KRX유틸리티는 -29.6%였다. 기계장비(-11.5%), 반도체(-1.1%) 등도 아직 마이너스권이다. 자동차도 1.4% 오르는 데 그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4차 산업혁명으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비대면주가 급등했다”며 “나머지 업종은 원래 있었던 수요가 감소하거나 정체되면서 양극화 구조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K자 반등 뒤엔 실적 차별화

주가가 벌어진 이유는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BBIG 등 성장주는 올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춤하던 주가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한 이유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2분기 업종별 순이익 증감을 보면 의약품(122.09%), 의료정밀(28.63%), 통신(10.63%) 등의 흑자폭이 증가했다. 반면 화학(-97.03%), 섬유의복(-88.86%), 운수장비(-70.98%), 철강금속(-65.15%), 서비스(-58.63%), 유통(-30.40%) 등의 업종은 흑자폭이 줄었다.

종목별로는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이 96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37.6% 늘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영업이익도 2738억원으로 35.5% 증가했다. 엔씨소프트는 2390억원으로 84.7% 증가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11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마존은 2분기 순이익이 52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애플은 순이익이 113억달러로 13%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K자 반등은 가진자(haves)와 못 가진자(have-nots)의 간극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V자 반등으로 주목받는 기업은 전체 기업의 일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장기로 V자 반등 가능”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K자 반등이 해소될 수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주가 계속 조명을 받으면 올해까지는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가 해결되면 소외됐던 경기민감주, 가치주가 ‘키 맞추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다만 최근 코로나가 재확산해 아직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석유화학, 철강 등의 업종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까지는 비대면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 맞추기 이후에도 성장주는 주도주 역할을 계속할 전망이다. 조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은 원래 가는 길인데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시켰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