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주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르면 오는 3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본격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고, 기존의 수익원이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도 반등을 시작했다.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TV와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에서 반등하지 못한 마지막 주식 LG디스플레이의 부활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G그룹 '아픈 손가락' LGD가 꿈틀댄다

OLED 본궤도 오르나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1일 6.37% 오른 1만3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디스플레이 시황이 정점이었던 2017년 7월 3만9600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해 올해 3월 19일 8900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21일 주가는 아직 올해 저점 대비 50%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여섯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적자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중국발(發) LCD 공급과잉은 예고된 악재였다. 하지만 수요 위축은 예상 밖이었다.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TV 수요가 줄었고, 올해는 코로나19가 터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기간 적자를 버티며 ‘탈(脫)LCD, OLED로의 전환’에 승부를 걸었다. 국내에서 대형 LCD TV 패널 생산을 멈추고,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생산라인을 가동해 ‘OLED 세계화’를 이루는 게 목표였다. 세계에서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게 생산한다.

하반기 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애초 계획보다 1년 늦어졌지만 올해 7월부터 광저우 OLED 생산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애플에 플라스틱 OLED를 공급하면서 중소형 부문에서도 적자폭을 대폭 줄일 전망이다. 하반기 애플은 아이폰12 등 OLED 패널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반기 TV 수요 늘어난다

바닥을 기던 LCD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하반기 TV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8월 55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은 128달러로, 연초 대비 25%가량 올랐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TV 제조업체들이 코로나19로 공장을 셧다운해 TV를 많이 제조할 수 없었다”며 “이 기간 집에서 넷플릭스 등을 보기 위한 소비자들의 TV 구매는 늘어났다”고 말했다. 하반기 TV 제조업체들이 패널 주문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국내에서 LCD 생산을 축소하고 공급을 줄인 것도 패널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대신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서 LCD TV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LCD 패널 가격 반등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3분기 LG디스플레이가 일곱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IT 분야에서 이미 많이 오른 LG전자 다음에 투자할 종목을 찾고 있다”며 “사이클 반등이 기대되는 디스플레이 업종이 유력한 고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소재도 수혜

디스플레이 업황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소재 업체들의 수혜도 기대된다. OLED 소재 업체인 덕산네오룩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중국 OLED 생산 업체까지 고객사를 다변화했다. 이번달에만 7개 증권사가 이 회사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탈LCD’를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LCD 생산라인을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 디스플레이(QD OLED)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퀀텀닷 필름을 생산하는 한솔케미칼 등의 수혜도 기대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