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폭락장에서 국내 증시를 떠받친 개인투자자들이 거침없이 해외주식도 사들이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을 넘어 ‘서학개미운동’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다. 해외주식 매수 금액과 해외주식 거래를 위한 외화 예탁금을 합친 외화증권 보관잔액은 70조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거침없는 '서학개미'…7월 해외주식 순매수, 국내의 1.8배
2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는 해외주식을 3조82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이전 최대였던 4월 2조7401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았다. 이는 같은 기간 개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2조2389억원)의 1.8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외화증권 보관잔액도 급증했다. 지난 18일 기준 외화증권 보관잔액은 약 69조7226억원으로 작년 말(52조3474억원)에 비해 33.2% 증가했다. 작년 말 17조원에 불과하던 주식 보관잔액은 현재 36조7837억원까지 늘었다. 대기자금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는 미국 성장주에 열광했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종목 상위 20개 중 16개가 미국 기업이다. 테슬라(1조6477억원) 애플(1조2038억원) 마이크로소프트(7738억원) 알파벳(4928억원) 해즈브로(4896억원) 순으로 사들였다.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액 13조4536억원 중 34.3%가 이 다섯 개 종목에 집중됐다.

이들이 해외로 향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장기간 주가 상승률이다. 지난 10년간(2010년 8월 20일~2020년 8월 20일) 코스피지수는 30%도 못 올랐지만 다우지수는 169.61%, 나스닥지수는 411.55% 상승했다. 또 주변의 성공담도 영향을 미쳤다. 일찌감치 미국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큰 차익을 남겼다. 각종 커뮤니티에 해외투자에 따른 수익률 인증샷이 올라오며 해외투자는 붐을 이뤘다.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올라 국내에서 마땅한 종목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한 투자자도 해외로 눈을 돌렸다.

여기에 증권사들의 적극적 마케팅도 한몫했다.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 직구족을 겨냥해 수수료·환전 우대 혜택을 주거나 주문 시간을 예약할 수 있는 등 편의 서비스를 앞다퉈 제공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개인은 유명 대형주 외에 직접 종목 발굴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극심했던 3~4월에는 ‘집콕’ 시간이 길어지면서 게임주의 수혜를 예상하는 투자자가 미국 장난감회사 해즈브로, 일본 비디오게임회사 반다이남코홀딩스를 매수했다. 델타, 보잉 등 항공주나 크루즈업체 카니발 등 낙폭과대주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등장했다. 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중국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 SMIC도 상장되자마자 순매수 상위에 오르는 등 국내 개인투자자가 시장 상황에 즉각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미국의 인공지능 신약개발업체 슈뢰딩거는 주식 유튜브를 통해 알려져 7월 이후 순매수 8위에 올랐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