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주식에서 ‘주식 수’가 아닌 ‘금액’ 단위로 거래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해외 주식만 제한적으로 금액 단위 거래가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주식은 최소 1주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주당 5만5400원(19일 종가 기준)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면 최소 5만5400원은 넣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삼성전자 주식을 소수 단위로 쪼개 0.1주를 살 수 있다고 가정하면 매수에 드는 비용은 10분의 1인 5540원으로 줄어든다.

소수점 매매는 금액 단위 주식거래에도 유리하다. 지금은 5만원만 갖고는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도 살 수 없다. 소수점 매매가 허용되면 5만원으로 삼성전자 0.865주(소수점 셋째 자리 기준)를 사는 게 가능해진다.

해외 주식은 이미 소수점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가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의 해외 주식 소수점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자본시장법상 구분예탁 의무 등 각종 규제를 풀어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소수점 매매 허용으로 금액 단위 거래가 가능해지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액으로도 고가 우량주 등을 한 바구니에 담는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주식 소수점 매매 제도화를 위한 업계수렴 및 컨설팅 등을 거쳐 연말까지 규제 정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4월부터 핀테크(금융기술) 등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기업들에 규제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해주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해왔다. 그간 110건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고, 그 중 51건이 시장에 출시됐다.

금융위는 샌드박스를 통한 테스트 결과 개선 필요성이 입증된 27개 규제를 우선 정비하기로 했다. 금액 단위 주식 거래를 위해 필요한 소수점 매매 관련 규제가 대표적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