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전망치 대비 현재 코스피지수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84배에 달했다. 2007년 7월(12.95배) 이후 월별 기준으로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2007년 7월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벌어지기 전 거품이 커진 시기다. 이때를 제외하고 2000년 이후 PER이 지금보다 높았던 때는 정보기술(IT)주 거품이 한창 형성됐던 2000년 6월(20.1배)뿐이다.

가장 최근 실적을 반영한 PER 역시 18년 만에 최고치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4개 분기 기업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한 PER은 지난 6일 27.12배로 2002년 6월(27.3배) 이후 가장 높았다.

PER은 기업의 주식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주가가 실적과 비교해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증권업계에선 과거 실적이 아니라 실적 전망치를 반영한 PER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가는 미래 기업가치를 반영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주가 평가지표가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도달하자 한국 증시에 대한 고평가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실물경제와 증시의 온도 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만 시중금리가 연 0%대까지 떨어지면서 증시로 막대한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어 기존 잣대로 증시를 평가하긴 어려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