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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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쥐 레밍 떼가/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있다/ 중략/ 앞선 것들의 뒤만 좇아가다가/ 풍덩풍덩 벼랑으로/ 밀려 떨어져 내린다는데….’

이건청 시인의 ‘레밍의 날들’이란 시다. 요새 주식 투자자들은 레밍(일명 나그네쥐)과 닮아 있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탓에 계속 따라가자니 레밍처럼 벼랑에서 떨어질(상투 잡을) 것 같고, 그대로 있자니 굶어죽을(수익 낼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네이버, 카카오)에 대해 특히 그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대면)가 확산하면서 네이버, 카카오는 그야말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이 비대면에 익숙해져 모든 것이 네이버, 카카오로 통하는 세상이 됐다. 플랫폼의 위력이 한껏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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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네이버 시가총액은 올 3월 증시 저점 당시 23조6000억원에서 52조8000억원(6일 기준)으로 불어났다. SK하이닉스(59조원)만 제치면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른다. 카카오도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세 배 가까이(11조6000억원→31조9000억원) 급증했다.

주가가 많이 뛰었지만 ‘빅테크 주가는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성장궤도에 진입 중이다’ ‘달리는 말에서 미리 내릴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앞에서 달리는 나그네쥐가 어서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어떻게 하지. 따라갈까, 말까’ 고민스럽다.

고민하는 레밍에겐 구명조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한국경제신문 유튜브 ‘돈도썰(돈 불리는 데 도움되는 썰)’ 인터뷰에서 “30년간 밸류에이션을 강의한 미국 뉴욕대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레밍에게 밸류에이션이란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처방을 내린다”고 했다. 밸류에이션은 애널리스트가 기업의 가치를 판단해 적정 주가를 산정해 내는 기업가치 평가작업이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는데도 주가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 밸류에이션을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란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밸류에이션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그래서 차라리 주당순이익이 아니라 ‘꿈’으로 주가를 나누는 꿈 대비 주가 비율(PDR)로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금리가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알면 PDR은 필요없다”며 에쿼티 듀레이션 개념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에쿼티 듀레이션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금리에 대한 주가의 민감도를 가리킨다. 이 팀장은 에쿼티 듀레이션으로 따져보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금리 하락으로 네이버 주가는 포스코 주가보다 2.5배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돈도썰에 출연한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사업에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존 금융회사들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적을 낼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카카오 전성시대에 사는 나그네쥐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적정 주가 판단의 기준이 절실한 ‘나그네쥐’로선 이런 분석들도 백가쟁명식 주장으로만 들릴 수 있다.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불확실한 시장에서 선택은 언제나 힘들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