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DB하이텍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공장을 완전 가동할 정도로 수요가 받쳐주면서 실적도 사상 최고치다. 여기에 인텔발(發) 파운드리 낙수 효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최대 실적에 파운드리 호재…활짝 웃는 DB하이텍
DB하이텍 주가는 지난 7월 한 달간 20% 이상 올랐다. 외국인은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하루를 빼고 6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30일 신고가를 기록한 뒤 31일 조정받아 3만4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파운드리 업체지만 TSMC 삼성전자 등 세계 1, 2위 파운드리와는 다르다. 업계 주류는 12인치 웨이퍼지만, DB하이텍은 그보다 오래된 8인치 웨이퍼가 주력이다. 한때는 한물간 산업인 줄 알았던 8인치 웨이퍼 시장에 기회가 찾아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빛, 소리, 온도 같은 아날로그 신호를 PC와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8인치 웨이퍼로 생산하기 좋게 특화돼 있다.

DB하이텍 경기 부천 공장과 충북 음성 상우공장은 가동률이 약 98%로 사실상 풀가동 중이다. 코로나19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DB하이텍은 중국 고객사가 많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중국 고객사들이 미국산 반도체를 쓰는 대신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가 반도체를 설계해 DB하이텍에 생산을 맡기는 것이다. DB하이텍은 아날로그 반도체 부문에서 TSMC 뒤를 잇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분기 매출 2358억원, 영업이익 698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분기 사상 최대 이익이다.

최근 인텔의 반도체 외주화 선언으로 낙수 효과도 기대된다. 인텔이 TSMC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면 TSMC의 생산 여력이 부족해지고, 아날로그 반도체를 만드는 중소형 고객사들은 TSMC 대신 DB하이텍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텔 효과로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의 생산 수요는 DB하이텍에 배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