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어디까지 오르느냐가 관심사가 됐다. 지난 30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연중 최고치를 넘어서면서다. 종가는 연중 고점인 1월 22일(2267.25)과 0.24포인트차에 불과했다. 미국이 73년 만에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한 탓에 일부 조정은 불가피하게 됐다. 전문가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폭락장 이후 급반등한 증시에 뛰어들었던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도 정확한 시황을 읽을 수 있는 조언이 필요해졌다.
"네이버·카카오, 세상을 바꿀 종목…PER로 과열판단 못해 "
한국경제신문은 ‘여의도 고수’ 10명과 인터뷰했다. 세 번째 ‘증시 길라잡이’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이다. 삼성증권에서 일을 시작한 이 센터장은 대우증권 투자증권팀장을 거쳐 2006년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2년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을 거쳤다. 투자전략 부문에서 베스트애널리스트에 여러 차례 선정되며 업계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6년 업계 최연소인 42세 나이에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작지만 강한 리세치센터를 표방하며 여전히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는 '발로 뛰는' 센터장으로 꼽힌다. 그에게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과 투자전략을 물었다. 답은 쉽고 명쾌했다.

▶글로벌 증시가 지난 3월 이후 놀라운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코로나19 패닉’를 지워버렸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이달부터는 상승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요. 이번 상승장이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십니까.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는 ‘강세론’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하우스입니다. 코스피지수가 1500일 때부터 계속 주식을 사야할 때라고 권유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입힌 경제적 타격은 이미 시장에서 복구한 측면이 있습니다. 12개월 이익전망치로 시장 수준을 가늠하는데, 올 하반기엔 내년 상반기 이익 전망치가 반영되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게 될 것입니다. 상승장 마무리됐다고 보기에는 이릅니다. 최근 기간 조정이 이뤄졌지만 내년 실적 기대감을 바탕으로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조정 기간은 얼마나 이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미국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는 등 변곡점도 적지 않은데요.

▷조정기간은 통상 2~3개월 정도 이뤄져왔습니다. 일부 우려와 다르게 미국 대선은 호재입니다. 대선이 진행되는 11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보단 후보들이 앞다퉈 희망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기대감이 미국 증시에 나타나고 우리 증시도 동조화를 이룰 것입니다. 3분기부터 국내 경제 지표도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정기간은 관심을 갖는게 좋습니다. 바이든은 신재생 분야에 적극 투자할 의사를 이미 밝혔기 때문이죠. ‘오바마케어’처럼 의료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경우 제약 등 헬스케어 업종도 수혜가 예상됩니다.

▶3월 이후 상승장을 이끈 인터넷과 게임, 바이오 등 비대면(언택트)주는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언택트'란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치 코로나19 때문에만 오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그 전부터 세상을 바꿀 종목이었습니다. 언택트로 규정지으면 코로나 종식 후 상승세가 끝나버릴 거처럼 보이지만 잠시 조정기간을 거쳐 재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종목을 주가 급등만 보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이익(EPS)으로 고평가 저평가 여부 판단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가치주보단 성장주에 더욱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무형자산이 현재 가지고 있는 엄청난 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써온 밸류에이션으론 가치주가 아닐 수 있지만 그 기준이 정답은 아닙니다. 성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한 가치, 새 시대에 맞는 가치주에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지금 시장에서 정의하는 가치주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폭락장 이후 증시를 이끌었던 성장주 이외에 주목할만한 분야는 어디인가요.

▷그간 못올랐던 주식이 반도체입니다. 지수상승에 큰 힘을 보태지 못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기존 성장주가 유지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재상승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이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미·중관계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 1차 미·중 갈등은 무역 분쟁이었습니다. 관세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에는 악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분쟁은 기술분쟁입니다. 1980년대 미국이 일본을 견제할 때 플라자 합의와 함께 나온 것이 미·일 반도체 협정이었습니다. 한국에 큰 보탬이 됐습니다. 미국이 화웨이를 때리는 것도 중국 메모리 산업의 성장 속도를 늦춰 결국 한국에 수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전기 등의 부품 업계에도 훈풍이 불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분기점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이 재개된 상황에서 경기 지표들이 어느 정도 나오느냐가 관건입니다. 미국과 한국 모두 해당됩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독점산업에 대한 규제가 다소 우려스럽지만 그게 강하지 않다면 성장을 추구하는 정책 변수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경기 지표 반등의 '기울기'가 어느 정도 될 지가 중요해집니다.

▶현재 시점에서 모든 자산군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투자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실 겁니까.

▷앞서 분위기는 채권도 사고 주식도 사는 추세였지만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채권보단 주식 쪽에 비중을 두는 편이 좋습니다. 헤지 수단은 채권보다는 금을 추천합니다.
다른 투자 말고 주식과 금 두 가지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것을 추천합니다. 주식은 7~8, 금은 2~3이 적당합니다. 주식은 해외주식에 비중을 두고 다양한 종목을 펼쳐놓을 것을 권합니다. 미국과 중국 고민없이 둘 다 사면 됩니다. 미·중 분쟁에서 누가 승리할 지 우리가 판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와 달리 4차산업시대에는 경쟁으로 누구 하나가 망하는게 아닙니다. 만일 중국이 미국에 패하더라고 10억 인구를 앞세워 계속 실험을 할 것이고 또 다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미국 주가는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 비중을 60% 미국을 40% 정도 운용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