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의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에 불과한 박현주 회장이 계열사들의 글로벌 투자에 대한 방향성을 직접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1대 국회 개원 뒤 첫 업무보고를 했다.

이 의원은 “미래에셋은 미국 등 글로벌 호텔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상당히 커진 상황”이라며 “그룹 오너의 투자 방향 제시가 금융사 경영에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미래에셋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의원의 발언을 두고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미래에셋도 이 의원의 발언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최대주주이자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인 박 회장이 경영 현안에 의견을 내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본부장(CIO)의 투자 결정에는 이사장도 간섭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그룹 오너라고 해도 투자 방향을 직접 지시하면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은 미국 15개 호텔 인수에 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가 철회하면서 중국 안방보험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의원은 박 회장 주도로 중국 증시에 투자했다가 2008년 대규모 손실을 낸 ‘인사이트펀드’도 비슷한 사례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이 의원이 미래에셋과 라이벌 관계인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의원은 2002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2016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로 옮기기 전까지 한국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신탁운용 CIO 등을 지냈다.

이 의원은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박 회장과 달리 그런 식의 말씀은 거의 안 했다”며 “특정 회사가 아니라 한국 금융업 전반의 잘못된 풍토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