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는 하락장의 징조일까?’

국내 주식시장에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면서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들까지 대출을 중단하고 나서자 자칫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개인은 상승장에서 늘 빚을 내 투자에 나섰다. 2017년 10월 30일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돌파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8조원대에서 횡보하던 개인의 신용융자 잔액은 약 한 달 후인 11월 29일 10조원대를 넘어섰다.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본 개미들이 앞다퉈 빚을 내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이 코스피지수는 0.44% 오르는 데 그쳤다.

일찍 뛰어든 개인은 재미를 봤지만 뒤늦게 따라나선 투자자는 곧장 하락장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또 한 달가량이 지난 12월 22일 다시 9조원대로 신용융자 잔액이 떨어졌다. 이미 코스피지수는 전날(12월 21일) 2429.83까지 급락한 뒤였다. 석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코로나 폭락장 이후 6조원대(3월 말 기준)로 감소했던 신용융자 잔액이 이달 10일 처음으로 13조원을 넘어섰다.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것)’ 과열 조짐에 최근 들어 증권사들은 신용융자를 중단하고 나섰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은 신용공여 한도 소진을 이유로 관련 대출 서비스를 중지했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도 예탁증권담보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주식·펀드를 대상으로 하는 예탁증권 담보대출, 신용거래융자 등 신용공여를 자기자본의 100% 안에서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미들의 빚투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시각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로금리 시대에 1~2%의 대출 이자를 감수하고 3~4%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반드시 빚투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빚투가 늘고 있다고 해서 하락장 징조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