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중간검사 결과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사옥 앞에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NH증권은 이날 이사회에서 투자자들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뉴스1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사옥 앞에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NH증권은 이날 이사회에서 투자자들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뉴스1

5200억원 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 펀드가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설계됐다는 사실이 금융당국 조사로 밝혀졌다.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투자금 대부분을 위험성 높은 비상장기업 채권을 매입하는 데 썼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옵티머스운용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처음부터 부동산 개발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목적으로 펀드 자금을 모집했다. 펀드 자금의 98% 이상은 옵티머스 경영진이 관리하는 페이퍼컴퍼니 등을 거쳐 각종 부동산사업과 주식 매입에 흘러들어갔다.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판매사 등에 제시한 펀드 투자제안서에는 ‘연 3~4%가량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기재했다. 김동회 금감원 부원장보는 “펀드 투자금이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된다고 투자자를 오인하게 한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옵티머스운용 대표가 펀드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려 주식·부동산 투자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를 많이 판 NH투자증권과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 수탁사인 하나은행의 법규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검사를 마무리한 뒤 조만간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옵티머스 자산 98%, 비상장社 사채에 '몰빵'…경영진 수백억 횡령
“금융감독원이 확인한 결과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 사실은 없습니다.”

최원우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4%가량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5000억원 이상을 끌어모은 옵티머스가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기를 쳤다는 얘기였다. 실체가 불분명한 비상장사 사모사채를 거쳐 각종 부동산 사업 등으로 흘러들어간 투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노골적인 사기행위를 금융당국, 판매사, 사무관리·수탁회사 등이 까맣게 몰랐다는 것은 금융업의 후진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매 중단 옵티머스 처음부터 사기였다"

“투자금 회수 가능성 낮다”
사기극은 대담했다. 옵티머스는 판매사에 제출한 투자제안서에서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 발주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의 확정 매출채권’을 투자 대상으로 명시했다. 투자 방식으로는 시공사로부터 직접 매출채권을 사들이거나 시공사 관련 업체의 사채를 인수하면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 등을 거론했다.

이렇게 끌어모은 자금은 46개 펀드에 모두 5151억원(장부 평가액 기준 523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편입 자산의 98%인 5109억원은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를 매입하는 데 쓰였다. 씨피엔에스(2053억원), 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원), 라피크(402억원), 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 등이다. 일종의 페이퍼컴퍼니(SPC)인 이들 업체는 모두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SPC들은 직접 각종 자산에 투자하거나 다른 SPC에 다시 자금을 보내는 역할을 했다. 만기가 다가온 기존 펀드 가입자에게 줄 환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들어온 투자금으로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차환 매입하는 ‘펀드 돌려막기’도 있었다.

금감원은 펀드 자금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통해 부동산 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당 부분 회수가 어렵거나 가치가 낮은 것으로 파악돼 회수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는 수백억원 횡령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경영진은 횡령도 했다. 2017년 6월 옵티머스 경영권을 장악한 김 대표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펀드 자금을 수차례 이체해 개인 계좌로 빼돌렸다.

김 대표를 제외한 다른 경영진의 개인 비리 혐의는 금감원 검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이 옵티머스 자금의 사용처를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어 추가로 비리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옵티머스가 금감원의 현장검사 과정에서 허위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제출하거나 주요 임직원의 PC 및 관련 서류를 은폐하는 등 검사업무를 방해한 사실도 공개됐다. 현장검사 도중 옵티머스 임직원 대부분이 퇴사하며 펀드 관리에 공백도 생겼다. 결국 금융위원회가 긴급조치명령권을 발동해 옵티머스의 모든 영업 행위를 정지하고 관리인을 선임했다.

금감원은 향후 처리 방향에 대해 “판매사를 통한 채권 보전·가압류와 자산 실사 등을 거쳐 다른 자산운용사로 펀드 자산을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계열 운용사가 맡아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판매사·사무관리사·수탁사 책임은
금감원은 판매사와 사무관리사, 수탁사의 법규 위반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결과에 따라 향후 사태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될 수도 있다. 금감원은 NH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벌이고 있다. NH증권이 펀드상품 심사 과정에서 상품 구조와 투자 대상 자산이 실재하는지 등을 확인했는지 등이 점검 대상이다. 투자 권유 과정에서 원금 보장 등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지난 17일 검사를 마치고 법규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예탁원은 옵티머스의 요청에 따라 펀드가 편입한 SPC 사모사채 종목명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둔갑시켜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예탁원이 펀드회계 시스템상 편입자산 정보를 실제와 다르게 생성했는지, 내부통제는 적절했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금감원은 신탁계약서상 투자 대상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옵티머스의 운용 지시에 따라 사모사채를 사들인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제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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