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사모펀드 사태가 확산하면서 금융회사 간 책임공방도 본격화되고 있다. 펀드 부실의 최종 책임을 누가 지는지가 투자자 보상 문제에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사가 분쟁조정에 따른 배상이나 선보상을 진행하면서 이런 사례가 대폭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실 사모펀드發 소송전 본격화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달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JB자산운용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구상금 소송은 채권자에 채무를 대신 변제해준 법인(구상권자)이 채무당사자를 상대로 해당액 반환을 청구하는 절차다.

JB운용은 KB증권이 지난해 3~6월 판매한 ‘JB호주NDIS펀드’의 운용을 맡았다. JB호주NDIS펀드는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장애인 임대아파트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설정됐다. 목표수익률은 연 5% 정도로 ‘중위험·중수익’을 노리는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코리안리, 산림조합중앙회, 한국투자증권, ABL생명, IBK연금보험 등 6개 기관투자가가 모두 2360억원을 넣었다. 개인투자자 160여 명도 904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호주 현지 사업자인 LBA캐피털이 투자 대상을 임의로 바꾸면서 ‘투자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호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당초 투자하기로 한 장애인 임대아파트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다른 토지를 매입한 것이다.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KB증권과 JB운용은 긴급히 현지 대응팀을 보내 펀드 투자금의 87%인 2850억원가량을 우선 회수했다. 이후 작년 말까지 개인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줬다.

구상금 소송은 KB증권이 개인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주면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이번 구상금 청구 규모가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펀드 회수율을 고려하면 KB증권이 개인 투자금 반환에 자체 자금 10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구상금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펀드에 돈을 넣은 기관들이 올초부터 KB증권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잇따라 제기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전문투자자인 기관에 대해선 투자금 회수가 마무리돼 손실액이 확정되면 펀드 환매대금을 돌려주겠다는 방침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